[정가 뒤안길]최영훈/『골프 가야 되는데…』

  • 입력 1997년 7월 27일 20시 38분


26일 오후 6시경 국회 본회의장.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이 끝나고 姜慶植(강경식)재정경제원장관 겸 부총리가 높낮이가 거의 없는 목소리로 답변을 하고 있었다. 주말 오후라 그런지 본회의장에는 평소보다 훨씬 적은 65명의 의원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65명은 재적의원의 20%에 불과한 수준. 그나마 강부총리의 답변에 귀를 기울이는 의원들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 하품을 하거나 옆좌석의 의원들과 귓속말을 나누는 데만 열중했다. 야당의 C의원은 아예 몸을 뒤로 돌려 뒷좌석의 동료의원 2명과 함께 「다방에서 잡담하듯」 한담을 계속했다. 그래도 본회의장에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의원들은 나은 편. 그 시간 본회의장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방송으로 회의를 듣고 있는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난 한 초선의원은 『토요일인데 무슨 본회의를 저렇게 오래하나』라며 불평을 터뜨렸다. 그는 『오늘이 토요일이라 오랜만에 골프를 하려고 부킹을 해뒀는 데 본회의가 끝나지 않아 취소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오전 회의 때 의원들은 통상산업부장관이 통산위에서 열린 법안심의에 참석하느라 본회의장에는 차관을 대신 내보낸 것을 꼬투리잡아 『국회를 무시하는 것이냐』고 흥분했다. 의원들의 논리는 『상임위보다 본회의가 더욱 높은 곳인데 어떻게 상임위에는 참석하면서 본회의에는 안나올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날 의원들의 행태를 보며 과연 의원들이 「본회의」의 권위를 내세워 통산부장관을 꾸짖을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최영훈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