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53)

  • 입력 1997년 7월 29일 07시 42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106〉 사람들은 나의 뗏목을 향하여 꽃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내가 타고 있는 조그마한 뗏목은 순식간에 꽃으로 뒤덮이고 말았습니다. 나는 흡사 현란한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여보세요, 나는 당신들의 예언서에 나오는 그 귀인이 아닙니다. 나는 바그다드에서 온 상인에 불과하답니다』 나는 사람들을 향하여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그러나 내가 하는 말 소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감동에 찬 탄성 소리에 묻혀버리고 말았습니다. 이윽고 왕과 왕의 신하들은 꽃으로 장식된 마차에 나를 태우고 왕의 궁전으로 향했습니다. 궁전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몰려나와 나에게 꽃을 던졌습니다. 그들 중에는 밀려드는 감동을 이기지 못하여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고, 기절하여 쓰러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 열광하는 군중 사이를 지나가면서 나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전지전능하신 신 알라여! 당신은 이제 나를 어쩌시려고 합니까?』 그러나 내 곁에 앉은 붉은 수염의 사내는 자신의 붉은 수염을 바람결에 흩날리며 자랑스레 군중을 향하여 손을 흔들어대곤 했습니다. 왕궁에는 나를 환영하는 대대적인 잔치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먹고 마시며 더없이 즐거워 하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나라 백성들은 너무나 오랜 세월을 두고 「귀인」의 도래를 기다려왔을 테니까 말입니다. 이 기쁜날을 기념하는 왕의 선물은 도성 안의 모든 가정에 전달되었고, 길거리에는 연일 축제가 벌어졌습니다. 나는 내가 이 나라 사람들이 기다려왔다는 예언서 속의 그 「귀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힐 수 있는 적절한 기회를 찾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연일 축제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 말을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것을 나는 곧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왕보다 더 화려한 옷을 입고 궁전 안에서도 가장 비밀스럽고 가장 사치스런 별채에 기거하면서 온갖 산해진미를 배불리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속 마음은 불투명한 나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먹구름이 낀 것만 같았습니다. 나의 곁에는 붉은 수염의 사내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습니다만 그는 내 마음의 불안은 짐작도 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축제는 꼬박 백일 동안이나 계속되었습니다. 백일 동안을 두고 온 나라 백성들이 먹고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며 놀아도 나라 살림에 별다른 타격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 나라도 어지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일이 지나자 왕은 나를 찾아와 무릎을 꿇고 무어라 말했습니다. 『오,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그리고 결코 몸에 피를 흘리는 일도 없으신 분이여! 이제 저와 저의 백성들은 당신이 예언서에 나와 있는 바를 증명하여 보이시기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이 말을 들은 나는 이제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지난 백일 동안을 나는 이 나라에서 신처럼 떠받들어지며 지냈습니다만, 마침내 모든 진실이 발각되어 목이 달아날 시간이 왔다는 생각 말입니다. 이제 진실이 밝혀지게 되고 성난 군중들 앞에서 처참하게 죽을 일만 남았다는 생각을 하자 나는 눈 앞이 캄캄해졌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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