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4자회담,北-中과 폭넓은 외교 바람직

  • 입력 1997년 7월 29일 20시 25분


▼金泳三(김영삼)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공동으로 제의한 한반도 4자회담이 15개월이 지난 지금 어렴풋이 가시권 안에 들어오고 있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 4자회담 참가 당사국 실무자들이 다음달 5일로 예정된 예비회담 장소를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로 정했다. 본회담까지는 아직도 멀고 험한 길이 남아 있지만 이제 막 그 여정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이번 실무자 접촉에 중국이 처음으로 참석한 점이 주목된다. 남북한과 미국 3개국 중심으로 진행되어 온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에 중국의 가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중국은 53년 맺어진 한반도 정전협정의 한 당사자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한반도 정세에 민감한 이해관계를 갖고 계속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정전협정을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전환하려는 4자회담에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북한은 4자회담을 오로지 경제지원이나 대미관계 개선의 수단으로만 이용하려 했다. 그러한 전략을 계속 유지하는 한 4자회담 본회담은 성사되기 어렵다. 중국은 북한이 기본 인식부터 달리 하도록 조언과 충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마침 콸라룸푸르 韓中(한중)외무장관회담에서 錢其琛(전기침)외교부장은 4자회담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다짐했다고 한다. 오는 예비회담에서 중국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주목된다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시각은 우리나 미국과 차이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무래도 중국은 세계에서 몇 안되는 북한의 전통적인 우호국이다. 또 미국과도 한반도에 대한 이해관계가 꼭 일치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미 공조체제 강화에만 전력해온 우리가 북경과 평양과의 관계는 물론 북경과 워싱턴 관계까지 조망하고 대처하는 폭넓은 외교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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