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 노조가 그룹의 회생 여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새로운 변수로 불거지고 있다. 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 등 기아그룹 주요계열사 노동조합들은 28일 상임집행위원회를 열고 26일 노사대표자회의가 잠정 합의한 3년간 무분규, 대량 인원감축, 단체협약경신안을 전면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뒤이어 29일 기아자동차 노사대표가 재협의 끝에 회사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분규를 하지 않기로 수정합의했지만 귀추가 불투명하다.
기아그룹은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금융지원을 받아 주력기업만이라도 살아남느냐, 아니면 이대로 그룹 자체가 공중분해하느냐의 아슬아슬한 갈림길이다. 채권은행단은 오늘 대표자회의를 열고 기아 지원 여부를 결정하려던 시점이다. 이때 노조가 흔들려 사태가 악화된다면 기아 및 협력업체는 물론 국민경제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기아노조는 무분규결의와 노조의 인사경영권포기 등을 금융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채권은행단 요구가 특정재벌에 기아를 넘기기 위한 수순밟기라고 주장하고 민주노총 등과 연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나 특정재벌의 기아자동차 인수는 기아그룹이 붕괴할 경우 더욱 쉬워질 것이다. 만약 노조가 민노총과 연대해 채권은행단에 맞선다면 기아의 회생은 끝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그 결과 그룹이 산산이 분해된다면 노조가 오히려 기아자동차의 특정재벌 인수를 도왔다는 평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기아그룹에 절실한 것은 정상금융의 회복이다. 그 칼자루는 부도 전 단기자금을 회수하고 할부금융 수출금융 보유어음결제 등 정상금융을 차단한 채권은행단이 쥐고 있다.
기아 노사는 만사를 제치고 채권은행단이 더이상 정상결제마저 거부할 구실을 없애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 노조가 금융지원의 걸림돌 구실을 한다면 어리석은 일이다. 노조는 29일의 수정합의대로 회사부터 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