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54)

  • 입력 1997년 7월 30일 08시 04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107〉 그러나 나는 운명을 두려워하며 앉아서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일이었습니다. 겁 많고 비굴한 자에게 운명은 끝없이 가혹하지만 용감한 자에게 그것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나는 왕에게 말했습니다. 『형제여, 그대의 나라와 백성을 인도하기에 앞서 나는 나라 안을 두루 돌아보아야겠다』 내가 하는 말은 곧 붉은 수염의 사내를 통하여 왕에게 전달되었고, 왕은 쾌히 승낙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왕을 앞세우고 나라 안을 둘러보기 시작하였습니다. 사란디브는 주야평분선상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밤과 낮의 길이가 언제나 열두 시간 씩이었습니다. 국토의 길이는 팔십 리그, 폭은 삼십 리그였으니 그리 작은 나라는 아니었습니다. 국토의 남동쪽, 즉 자석산이 있는 쪽으로는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은 산들이 첩첩이 서 있고 천길이나 되는 가파른 골짜기들이 형성되어 있어 사람의 접근이 불가능했습니다. 그 산중에는 온갖 종류의 홍옥이며 광석들이 묻혀 있고 여러 종류의 향목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 산의 흙은 다이아몬드를 자르기도 하고 다듬기도 하는 데 쓰는 금강사로 덮여 있었습니다. 그 산악지방의 각 골짜기마다 흐르던 물은 산악지방을 벗어나면서 흐름이 완만한 큰 강을 이루었습니다. 그 강물은 이 나라 국토를 가로질러 바다로 흘러갔습니다. 그 강의 상류쪽에는 다이아몬드며 금이 많이 났고, 하류쪽에는 진주가 났습니다. 그 강 좌우에는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었는데, 그 땅은 몹시 비옥하여 곡식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민물과 바닷물이 합치는 하구쪽 바다에는 온갖 종류의 물고기들과 진주들이 생산되었습니다. 주민들은 비교적 유복하고 인심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이 나라 사람들은 자비롭고 위대하신 유일신 알라를 믿지 않았습니다. 아니, 「알라」라는 말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이 믿고 있는 것은 오직 저 자석산에서부터 귀인이 내려와 이 나라와 이 나라 백성들을 인도할 것이라는 신앙이었습니다. 따라서 마을 구석구석에는 자석산의 귀인이 배를 타고 내려오는 형상을 상상으로 그린 그림이나 조각품들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 그림이나 조각품들을 향하여 꽃을 던지는 것이 지난 수 천 년 동안 내려온 이 나라의 풍속이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자석산에서부터 내려온 뒤로 사람들은 이제 내가 기거하고 있는 궁전을 향하여 절을 하고 꽃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알라를 믿지 않는 야만인들답게 이 나라에는 학교라는 게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그저 뛰어놀기만 하다가 나이가 되면 농부가 되거나 어부가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문자를 아는 사람도 극히 드물었습니다. 게다가 그들 나라에서 쓰는 문자라는 것이 중국 문자여서 일반 사람들이 배우기가 여간 어렵지가 않았습니다. 우리 회교도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또 다른 야만적 풍속은, 여러 형제가 한 사람, 혹은 여러 사람의 여자를 공동의 아내로 데리고 살 수도 있고, 반대로 여러 자매가 한 사람, 혹은 여러 사람의 남자를 공동의 남편으로 데리고 살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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