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조원표／검찰청앞 만화가들의 울분

30일 오전 10시반경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민원실앞. 허영만 박재동 김동화씨 등 인기만화가 6명이 검찰의 이현세씨 만화 「천국의 신화」 수사를 놓고 울분을 토로하고 있었다. 『만화는 어린이만 보는 겁니까. 어떻게 성인만화까지 청소년보호법으로 처벌합니까』 한국만화가협회(회장 權榮燮·권영섭)회원인 이들은 검찰총장을 만나 항의문을 전달하기 위해 대검청사를 방문했다. 그러나 검찰총장이 『시간 없다』고 거절하는 바람에 민원실에서 항의문을 접수할 수밖에 없었다. 분을 삭이지 못한 탓인지 모두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만화평론가인 이재현씨는 『총장님께서 시간이 없어 못 만나주시는 겁니까, 아니면 피하시는 겁니까. 피하시는 것이라면 우리는 매일 올 수밖에 없습니다』며 검찰직원에게 항의했다. 검찰총장을 만나지 못하자 이들은 취재기자들을 상대로 검찰을 성토하기 시작했다. 시사만화가로 유명한 박재동씨는 만화와 청소년 범죄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야한 만화가 청소년에게 유해한지를 3년정도 연구했으나 결과는 「전혀 무관」이었다』며 『검찰의 주장은 우리나라 청소년의 문화적 소화력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항변했다. 박씨는 또 『큰 맥락에서 작품을 보지않고 야한 장면만 모아놓는다면 어느 문학장르인들 음란하지 않겠는가』라며 『이는 만화를 문학도 아니면서 어린이들에게 유해하기만 한 것으로 보는 검찰의 잘못된 선입견때문』이라고 흥분했다. 「황토빛 이야기」로 유명한 김동화씨는 『문화체육부는 최근 애니메이션의 중요성 때문에 만화를 장려하기 위한 갖가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만화를 이해하지도 못하는 검찰이 공권력으로 만화계를 짓밟을 수 있는가』라고 따졌다. 김씨는 또 『검찰수사이후 만화가게들의 매출액이 5분의 1로 줄어 만화계 전체가 고사(枯死)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권회장은 『제발 만화를 하나의 문학장르로 봐달라』고 호소했다. 〈조원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