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6년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경기대회를 위해 올림픽주경기장과 야구장 남쪽에 1천3백56가구의 고층아파트단지와 2만평의 근린공원(아시아공원)이 조성됐다.
공원에서 선수촌을 바라보면 건물마다 그 꼭대기가 다른 색으로 칠해진 측벽만 보이므로 소나무 숲 사이로 언뜻 펄럭이는 깃발처럼 보인다. 좀 더 멀리 떨어진 남쪽 개포동쪽에서 바라보는 선수촌단지는 수많은 집들이 모여 있는 언덕의 모습을 닮았다.
주변 아파트 모습과 달라보이는 이유는 높이가 다른 주동(住棟)이 남향을 향해 일렬로 늘어서있지 않고 동남∼남서향으로 도로에 어긋나게 배치돼 있기 때문이다.
7개로 나눠진 단위주거블록(마을)은 각각 2,3개의 주동으로 이뤄지고 여러 평형의 주동과 외부공간은 주차장과 광장(마당), 보행로와 녹지대로 구성돼 있다. 단지입구에서 S자 모양으로 굽은 가운데 도로를 따라 바뀌는 풍경은 생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외부공간의 변화는 마당과 도로에 붙은 보행로와 꾸불꾸불한 산책로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지은 지 10년이 지나면서 주동 주변과 단지 외곽은 크게 자란 나무가 울창해 마치 숲에 들어선 느낌이다.
각 주거블록의 마당은 북쪽 공원과 남서쪽 학교를 연결하는 보행체계를 이루면서 단지전체는 공원속의 집합주택이 된다. 자동차출입도로와 보행로는 거의 분리돼 어린이나 노인에게도 안전함을 제공하고 주차장은 주동에 가깝게 배치돼 있다.
집합된 도시주택에서 외부공간과 공유공간은 매우 중요하다.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사이의 중간영역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장소의 의미가 살아나고 모여사는 즐거움도 생기게 된다. 이 차이가 매우 크다는 점을 주민들은 살아가면서 알아차리는 것 같다.
단위주거블록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나무그늘과 벤치가 있는 장소가 있고 주동 앞에도 느티나무와 쉴 곳이 마련돼 있는 넓은 마당이 있다. 집 앞 현관에서 엘리베이터까지 가려고 해도 열 발짝 정도 걸어야 하고 주동의 입구가 주차장에 붙어있는 마당쪽으로 나 있기 때문에 주차장에 가려면 주민들은 아침 저녁으로 이 광장을 지나야만 한다. 이 중간영역과 외부공간에서 주민들은 이웃과 접촉하며 자연히 공동체의식을 느끼게 된다. 도시에서 살아가며 삶의 질을 확보하고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주거환경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다.
조성룡 (조성룡건축연구소 대표)
▼ 약력 ▼
△인하공대건축과 졸 △건축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사무국장 △서울건축학교 교장 △아시아선수촌과 기념공원(문정일 강기효씨와 공동작업) △서울시건축상 한국건축가협회상 수상 02―578―5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