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볼일이 있어 잠실에서 지하철을 타고 동대문 방향으로 가는 길이었다. 낮 1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라 승객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출입문 옆에 기대 서있던 14,15세로 보이는 남자 아이가 간질 증세가 있었던지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 아이는 쓰러진채 경기를 하며 입에서 거품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많았지만 선뜻 나서서 돌봐주는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 잠시후 한 중년여성이 멀찍이서 그 모습을 보더니 다가왔다. 그 부인은 더위를 식히려 가지고 다니던 식수에 손수건을 적시더니 아이의 입과 얼굴을 닦아주었다.
얼마뒤 그 아이는 일어나 힘없는 표정으로 멍하니 주위를 둘러봤다. 그 부인은 아이를 부축해 빈 좌석에 앉힌 뒤에도 연신 수건으로 얼굴과 목 등을 닦아주며 집이 어디냐는 등 따뜻하게 보살펴 주었다. 나는 그 모습에서 아직도 이 사회에는 고갈되지 않은 따뜻한 정이 흐르고 있다고 느꼈다.
배호진 (경기 성남시 수정구 태평4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