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화제 가운데 하나가 「나쁜 여자」다. 이를 두고 나쁜 여자 신드롬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TV드라마 「신데렐라」에서 탤런트 황신혜나 「용의 눈물」에서 최명길이 보여준 나쁜 역할이 착하고 청순한 배역보다 시청자들의 인기를 더 끌고 있는 데서 비롯된 말이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태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성공을 쟁취하는 것이 가만히 앉아서 운명을 기다리는 것보다 높이 평가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얘기다.
▼약간 성격이 다를지 몰라도 「나쁜 영화」라는 국산영화를 둘러싼 논쟁도 있다. 실제 비행경험이 있는 청소년을 출연시켰다고 해서 화제가 된 이 영화는 공연윤리위원회로부터 개봉 불가를 뜻하는 「등급외」 판정을 받았다가 일부 장면을 삭제해서 지난 주말 개봉됐다. 관람객들에게 우리 사회의 나쁜 단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악(惡)을 예방하려 했다는 것이 영화사의 설명이다.
▼눈을 해외로 돌려 보면 미국 가요계에서는 마약 죽음 등을 소재로 한 악마주의 음악이 인기를 끌면서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데스 메탈」로 불리는 이 음반의 재킷은 악마의 흉측한 얼굴 등으로 공포분위기를 자아낸다. 가사도 자살과 악마의 승리를 찬양하는 등 섬뜩한 내용이다. 이들 연주자는 『음악을 통해 인간의 잠재된 악마본성을 정화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시대의 문화는 그 사회의 여러 단면을 반영하게 마련이다. 이같은 현상은 우리나라나 인류가 놓여 있는 어려운 처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나쁜…」이란 것이 적극적인 삶의 의지를 뜻하는 것이면 몰라도 살아가기 위한 수단으로 정당화돼서는 안된다. 정의와 선(善)은 아직도 우리가 지켜야 할 최고의 믿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