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닷새만에 2위자리에 복귀, 선두 해태를 위협하고 있는 삼성 상승세의 밑거름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여러 갈래다.
우선 프로야구 초창기부터 이어져 내려온 명문구단으로서의 저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을 수 있다. 또 부정시비까지 빚은 도깨비방망이의 위력이 삼성의 도약을 불러일으킨 원동력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올시즌 삼성 상승세의 주원인은 내로라하는 톱스타가 아닌 숨어있던 진주들의 대활약이다.
지난 3일 올 시즌 신인 첫 완봉승의 감격을 누린 정성훈. 2위자리를 되찾던 날 솔로홈런을 포함, 4타수3안타2타점으로 팀의 승리를 견인한 최익성. 어느새 타격 10걸안에 이름을 올린 신동주. 필요할 때마다 한방씩 어김없이 터뜨려주는 김태균.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2군출신이라는 것. 2군에서 갖은 설움을 당한 뒤 비로소 1군의 단맛을 맛보며 새로운 야구인생을 시작한 선수들이다.
프로야구에서는 1군 선수들만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되는 점이 있다. 2군 조직이 없이는 1군이 있을 수 없으며 2군의 텃밭이 싱싱하고 풍성해야 1군에서 알차게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2군에서 충분한 실전감각을 쌓고 경험많은 코치들로부터 단점을 하나 둘씩 고쳐나갈 때 1군에서 클 수 있는 토양이 형성되는 것이다.
2년 동안의 참담한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치면서 덜 다듬어진 투구폼을 고쳐 당당한 메이저리거로 탈바꿈한 박찬호의 경우를 생각하면 이같은 지적은 더욱 맞아떨어진다.
하일성(야구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