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대통령선거의 게임규칙을 만들어야 할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문도 못연 채 표류한지 벌써 20일째다. 여야 동수(同數)로 구성키로 한 야당몫 위원에 원내 비교섭단체인 민주당을 포함시킬지 여부를 놓고 신한국당과 국민회의 자민련이 팽팽히 맞서 있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9월10일까지 정치개혁입법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대선관리에 차질을 빚게 된다고 경고했으나 3당은 들은 척도 않고 있다.
대선을 꼭 4개월 앞둔 지금은 선거법 등 대선관련법이 이미 완비돼 있어야 할 때다. 그런데도 국회는 특위를 구성조차 못하고 있다. 이래서야 국가적 대사(大事)인 대통령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가 없다. 국회든 정당이든 일의 선후(先後)나 완급(緩急)을 가리지 못하고 마땅히 해야할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이 법개정을 주도하겠다는 이른바 「중대결심」설이 또다시 나오는 것 아닌가.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5.30담화 때 밝혔던 중대결심론을 이번에 청와대측이 다시 꺼낸 것은 여야 정당들에 흠없는 법을 빨리 만들어내라는 간곡한 주문일 것이다. 국회가 정치개혁입법에 계속 미온적이거나 당리당략을 좇아 누더기 타협안을 내놓을 경우 정부가 만든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친다는 얘기가 있으나 그런 상황까지 가서는 안될 일이다.
여야 정략에 밀려 정치개혁작업이 마냥 표류하는 것을 국민은 속상해 한다. 한보사태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며 돈 덜쓰는 정치, 깨끗한 선거풍토 조성을 앞다퉈 다짐하던 정치권이 막상 입법은 외면하는 이율배반에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다.
여야는 늦었지만 오늘이라도 당장 특위를 정상가동시키고 공정한 대선관련법을 만들어 내놓아야 한다. 특위구성의 전제조건을 앞장서 철회하는 쪽이 그만큼 국민지지를 더 얻는다. 공정경쟁의 규칙마련은 외면한 채 판만 벌이려는 정치행태를 국민은 더이상 용납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