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근교의 플리타 하라판 중학교 2년생인 만주르(14)는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 5,6개국 학생으로 구성된 「다국적 친구」를 갖고 있다고 늘 자랑한다.
그는 『매일 오후 수영을 같이 하고 있는 멤버 4명은 모두 국적이 다르다』면서 『공부뿐만 아니라 수영 농구 등 스포츠를 같이 하는데 생김새나 피부색깔이 무슨 문제냐』고 반문한다.
자칭 「4총사」끼리 늘 붙어 지내다보니 각국의 문화나 생활관습을 저절로 알게 됐다. 영국친구는 웬만큼 친해지기 전에는 집으로 찾아가는 걸 좋아하지 않고 일본친구는 언제나 잘 웃고 친절하지만 약속 안지키는 것은 아주 싫어한다고 한다.
이 학교는 현지학교와 인터내셔널스쿨을 결합한 형태로 「우리 것을 알고 동시에 외국을 배우자」는 것이 설립목표. 93년 설립됐는데 7백여명의 학생 중 내외국인이 반반인데다 수업도 절반은 영어로 진행한다.
그래서인지 이 학교는 자카르타 학생들이 가장 다니고 싶어하는 선망의 학교다.
이 학교의 인기가 치솟자 자카르타 주변 신도시에는 최근 몇년 사이 이같은 형태의 학교가 3,4곳 더 생겨났다.
미국계 학교인 자카르타 인터내셔널스쿨(JIS)은 학생의 국적분포만 봐도 국제학교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중학과정에는 미국 호주 일본 네덜란드 인도 등 40여개국 출신 학생들이 있다.
브루스 라이퍼 교장은 『생활방식과 문화적 특성이 천차만별인 학생들이 한 교실에 앉아 함께 공부하고 운동하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외국인과 더불어 사는 지혜가 중요한 덕목』이라며 『특별활동과 교과목 선정, 체육대회 때는 각국의 학생들이 골고루 섞일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3학년인 아델리나 시네이(15·여)는 한 학생이 2개 이상의 특별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학칙에 따라 사진부와 음악부에 들었다. 인원은 각각 7명과 10명. 사진부는 4개국, 음악부는 6개국 학생들로 구성돼 있는데 학교측은 되도록이면 어느 한 부에 특정 국가 학생이 몰리지 않도록 유도한다.
시네이는 『처음 학교에 입학하면 다른 나라 학생들간에 서로 지켜야 할 에티켓을 배우는 게 가장 중요한 「비공식 과목」 중 하나』라면서 『인도네시아인에게는 절대로 왼손으로 물건을 건네거나 받지 말 것, 미국인 친구는 아무리 친해도 머리를 쓰다듬지 말 것 등의 기본적인 매너는 이제 몸에 배어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거리에서는 단 1분만 걸어도 3,4개국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도시 자체가 외국인과 더불어 사는 최고의 모범을 보이고 있는 셈.
어느 학교를 가도 다양한 국적을 가진 학생을 만날 수 있다. 스리가든 고교는 재학생 7백여명 중 85%가 화교, 12%는 말레이인, 나머지 3%는 인도인이다. 교사는 말레이인이 절반을 넘는다.
2학년인 말레이계 살만 모드(17)는 수업시간에는 중국 친구와 단짝이 됐다가 방과후 농구할 때는 인도 친구와 호흡이 잘 맞는다. 학생들은 몸으로 부대끼며 외국인 친구와 어울리는 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한다.
중국계인 임종관교장은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영어권 사람과 어울릴 기회가 적어 작년부터 매년 호주에 교환학생을 보내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인터넷에 학교 홈페이지를 개설해 세계의 같은 또래 학생들과 대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콸라룸푸르〓윤종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