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학부모 체험기]印尼 강순종씨

  • 입력 1997년 8월 18일 07시 29분


처음 인도네시아에 왔을 때는 말도 안통하는데다 만나는 사람마다 외국인이라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이웃과 어울리지도 않고 고립된 생활을 했다. 그때의 답답함을 생각하면 어떻게 참아냈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에게만은 그런 경험을 물려주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에 남편과 상의, 아예 가훈을 「두루두루 어울리는 사람이 되자」로 정했다. 종석(16)이와 주석(12)이에게는 현지인과 친해질 수 있도록 학교에서 가는 캠핑이나 방과후 클럽활동에는 꼭 참가하도록 권했다. 친구집에 놀러가거나 친구를 집으로 초대해 보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한 번 두 번 친구집에 놀러가는 데 재미를 붙이더니 이제는 오래된 한국교민도 입에 잘 대지 못하는 현지 전통음식을 아무 불평없이 먹고 친구들과 잘 어울려 다닌다. 피부색깔이 다르고 역사 문화 사고방식이 각양각색인 외국인과 잘 어울리려면 그들을 속속들이 이해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내 나름의 지혜를 터득했다. 낯선 사람을 이해하려면 그들 속으로 들어가 부대끼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또 아이들에게는 늘 「뿌리의식」을 강조했다. 외국에 오래 살다보면 자칫 「국적없는 미아」가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조국을 먼저 알고 외국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어릴 때부터 한국말은 철저히 가르쳤다. 아이들은 아빠가 출퇴근 할 때는 꼭 현관 앞까지 나와 깍듯이 인사하도록 가르쳤더니 이웃집 인도네시아인은 예절교육의 비법을 가르쳐달라고 하기도 했다. 외국인이 많은 인터내셔널스쿨에 다니는 종석이가 농구부에서 미국 호주 학생들과 마찰없이 지내고 한국교민 학생의 모임인 코리안클럽에서도 인기가 있는 것을 보면 우리집 가훈은 정말 잘 지었다고 자부한다. 한국교민은 늘 고국을 생각하고 애국심이 강하다는 소리를 듣지만 한편으론 현지인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한국사람끼리만 어울린다는 지적도 많다. 사고와 생활방식이 다른 외국에선 그 사회에 과감하게 뛰어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강순종 <인도네시아 17년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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