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특권층 軍기피와 「노블레스 오블리즈」

  • 입력 1997년 8월 18일 20시 20분


▼중동전쟁이 터질 때마다 외국에 유학중인 이스라엘 청년들은 조국을 지키기 위해 앞다투어 귀국했다. 일부 아랍국 청년들이 학업을 마치고도 전쟁이 끝날 때까지 귀국을 늦추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막강한 아랍국들에 둘러싸인 조그마한 이스라엘이 독립을 유지하며 발전하고 있는 것도 청년들의 이같은 애국심에서 크게 비롯됐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6.25전쟁 때 적잖은 청년들이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애썼다. 장기 해외유학을 가는가 하면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는 방법 등으로 군입대를 미루거나 피하기도 했다. 그럴 때 미국에 유학중이던 한 청년이 군입대를 위해 자진 귀국, 사람들을 감동시킨 일이 있다. 그는 대통령의 특별 배려로 총들고 일선에 나가 싸우는 대신 보다 더 중요한 직책을 맡아 일했고 50대에는 부총리를 역임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다. ▼「노블레스 오블리즈」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 따르는 도덕상의 의무를 말한다. 그 의무는 일반인에 비해 무겁고 솔선수범해야 한다. 한 나라와 사회는 위기에 처했을 때는 물론 평소에도 지도층인사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즈에 충실할 때 건전하게 발전한다. 그들이 갖은 수단과 방법으로 해야 할 의무를 피하고 주어진 권리만을 향유하려 한다면 그 나라와 사회의 앞길은 뻔하다. ▼이번에는 상당수의 국회의원과 그 아들들이 군에 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현 국회의원 4명 중 1명이 군대에 가지 않았고 그 아들들의 병역 면제율이 일반인보다 2배나 높은 것은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병역면제자를 「신(神)의 아들」이라고 부른다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병역기피 풍조는 하루 빨리 시정돼야 한다. 지도층이라면 병역의무부터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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