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뒤안길]김정훈/면박당한 「정책선거」

  • 입력 1997년 8월 18일 20시 21분


1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신한국당 대선기획단 첫 회의는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상견례를 겸한 이날 회의에서 「정책중심의 선거」문제를 놓고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논란은 정책본부장으로 임명된 李海龜(이해구)정책위의장이 대선기획단의 조직편제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이의장은 장황한 설명과 함께 『과거처럼 돈으로 선거를 치를 수도 없고 결국은 정책중심으로 가야 하는데 정책본부가 너무 위상이 낮은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요컨대 정책본부의 위상을 강화하는 쪽으로 조직편제를 짜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다른 본부장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대선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姜三載(강삼재)사무총장이 먼저 난감한 표정으로 『8개 본부가 정책중심으로 긴밀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따로 편제를 논의하기보다는 정책위의장이 앞장서서 역할을 잘 하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조심스럽게 이의장의 지적을 비켜나갔다. 이어 金泰鎬(김태호)조직1본부장이 농담조로 『이의장 말대로라면 이번 선거는 정책위의장만 잘 하면 되겠네요』라며 대놓고 면박을 줬다. 듣기에 따라서는 「대한항공기 추락사고가 났을때 괌 사고현장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바람에 신한국당이 욕을 먹도록 한 장본인이 무슨 말이 많으냐」는 투의 말이었다. 김운환 조직2본부장도 『선거라는 것은 다 조직중심이고 유세중심이다. 정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부분이다』며 이의장의 주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선거는 「조직」과 「돈」으로 치른다는 것이 정치권의 오래된 대원칙이고 이의장의 주장이 다소 무리한 것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날 회의분위기는 「정책중심의 깨끗한 선거」라는 국민적 시대적 요구를 경시하는 태도가 역력해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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