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92)

  • 입력 1997년 9월 8일 07시 46분


제9화 악처에게 쫓기는 남편 〈18〉 그런데, 이 도성의 왕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저 탐욕스럽기로 유명한 아슈아브 따위는 비교도 안될 인물이었다. 「카이로의 상인」 마루프가 육만 디나르의 돈을 뿌렸다는 말을 듣자 왕은 솟구쳐오르는 욕심으로 눈이 뒤집히는 것만 같았다. 그리하여 그는 상인들에게 말했다. 『그자가 육만 디나르나 뿌렸다고? 그렇다면 그는 틀림없이 부자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그런 큰 돈을 뿌려댈 수 있었겠는가? 그리고 그런 부자가 설마하니 그대들에게 빌린 돈을 떼어먹기야 하겠는가? 그러니 안심하고 돌아들 가 기다려보도록 하라』 왕의 말을 들은 상인들은 비로소 안심이 되어 돌아갔다. 상인들이 돌아간 뒤 왕은 대신을 불러 물었다. 『그대도 들었겠지, 카이로에서 왔다는 상인에 대한 이야기를 말이야? 그대 생각에는 그 상인이란 작자가 대체 어떤 사람 같은가?』 『글쎄요? 저로서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판단이 잘 서지 않습니다』 대신이 말했다. 그러자 왕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그대는 판단력이 있는 사람인 줄로 알았는데 그렇지가 못하군. 그 상인은 막대한 재산을 가진 대부호임에 틀림없어. 그렇지 않고서야 그토록 배짱 좋게 돈을 뿌릴 수가 있겠는가? 그 상인의 짐을 실은 짐꾼들은 반드시 도착할거야. 그렇게 되면 이 나라의 상인들은 그 사람한테로 몰려들겠지? 그리고 그 인심 후한 외국 상인은 금은을 마구 흩뿌리겠지? 그런데 나에게는, 그에게 돈을 빌려준 이 나라 상인들과 비교하면, 마땅히 더 많은 금은을 차지할 권한이 있다. 왜냐하면 나는 이 나라의 왕이기 때문이다』 대신은 아무말하지 않고 듣고만 있었다. 왕은 여전히 그 들뜬 목소리로 계속했다. 『나는 그 상인과 친하게 지내면서 호의를 베풀 생각이다. 그러다가 마침내 그의 물건이 도착하게 되면 상인들 몫의 돈을 몽땅 내가 차지할 생각이다. 그리고 그자에게 내 딸을 주어 아내로 삼게 하고 끝내는 그의 모든 재산을 내 재산에다 합쳐버린단 말야』 탐욕에 눈이 어두운 왕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 말을 들은 대신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오, 임금님! 아무리 그렇지만 신분도 확실치 않은 외국인에게 공주님을 주시다니요? 그 사내는 사기꾼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일 아닙니까?』 이렇게 말하는 대신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전부터 공주를 연모하여 언젠가 한번은 왕께 공주를 자기에게 주십사고 청한 바가 있었다. 그러나 당자인 공주는 대신을 전혀 탐탁히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그 혼담에 도무지 응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곡절이 있었던 터라, 공주를 마루프에게 주겠다는 왕의 말은 대신에게 비수로 찌르는 것만 같이 아프게 들렸던 것이다. 그러나 왕은 대신의 이러한 심정은 애써 모르는 척하고 말했다. 『나는 그 사나이가 사기꾼인지, 성실한 사람인지, 아니면 단순히 운이 좋아 떼돈을 번 졸부인지 시험해볼 작정이다』 『어떤 방법으로 시험하시렵니까?』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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