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자예비회담 결렬 이후

  • 입력 1997년 9월 20일 21시 22분


4자회담을 위한 2차예비회담이 다음 회담 일정조차 합의하지 못하고 결렬된 것은 유감이다. 겉으로 드러난 회담결렬 원인은 북―미(北―美)평화협정체결과 주한미군 지위문제를 의제로 채택해야 한다는 북한측의 현실에 맞지 않는 주장 때문이다. 그러나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은 4자회담을 식량지원 등 다른 목적에 이용하려는 북한의 불성실한 태도에 있다. 북한은 본회담이 열리기 전에 대규모 식량지원과 대북(對北)경제제재조치 해제가 있어야 한다며 이번에도 노골적으로 회담진전에 고리를 걸고 나왔다. 북한이 장승길 전이집트주재 대사의 망명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이번 예비회담에 응하고 나온 것도 따지고 보면 4자회담 성사를 위해서라기보다 경제적 실리 챙기기에 더 관심을 두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우선 4자회담에 대한 이러한 자세부터 바꿔야 한다. 4자회담이 추구하려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주변 국가들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내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에 더 필요하다. 더구나 한미(韓美) 양국은 본회담이 열릴 경우 북한이 지금 요구하고 있는 경제지원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도 회담장 밖에서만 계속 버티려는 북한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 북한은 협상에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회담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분석도없지 않다. 한국의 정권교체나 북한 자신의 김정일(金正日)권력승계문제 등이 남아 있어 지금은 4자회담을 위한 여건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4자회담은 남북한 내부의 정치적 상황변화나 주변의 영향에 상관없이 조속히 추진되어야 할 사안이다. 다음번 예비회담조차 불투명한 상황이고 보면 본회담의 연내 개최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많지만 한미 양국과 북한은 협상채널을 계속 열어놓기로 했다. 북한의 자세변화에 따라서는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평양당국은 현실을 바로 보아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