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박근우/「사립학교 진흥법」제정 서둘러야

  • 입력 1997년 10월 14일 08시 29분


정부수립 이후 반세기 동안 우리 사회는 참으로 많이 변하고 발전했다. 대학들도 나름대로 성장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우리 사회의 다른 분야보다 발전이 느리고 또한 물질적 혜택을 덜 받는 곳이 교육계이고 대학이다. 필자의 초등학교(1938∼1944)와 중고교 시절(1944∼1950)의 교육환경은 오늘날에 비해 큰 차가 없을 뿐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지금이 오히려 못하다. 오늘날은 교육의 혜택을 받는 학생 인구의 비율이 크게 높아졌을 뿐이다. 각급 학교의 열악하고 노후한 시설,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기자재 등은 우리나라가 교육에 대한 투자를 우선 순위로 다루지 아니했음을 말해준다. 사회의 다른 분야, 이를테면 기업체 공공기관 군대의 각종 시설과 환경은 50년대와 판이하다. 하지만 학교만은 대개 낯익은 옛모습 그대로인 곳이 많다. 등록금에만 의존하고 있는 많은 사립대는 혼자 힘으로 제 기능을 수행하면서 경쟁력을 키우기에는 한계에 이르고 있다. 우리 사회의 일부 분야에서는 세계적 수준, 세계 일류를 달성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가장 앞서가는 대학조차 세계 상위 5백개 대학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대학이 배출하는 인력은 사회의 주도세력이다. 사회는 대학 출신자들에 의해 운영된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따라서 사회의 질과 수준은 사회를 움직이는 주도세력의 질과 수준을 능가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국가의 발전은 대학의 발전과 직결되지 않을 수 없다. 대학과 사회는 불가분의 관계다. 영양소와 인체의 관계와 같다. 사람의 몸은 섭취하는 영양의 양과 질에 따라 발육과 건강이 좌우되는 것처럼 대학이 공급하는 인력은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므로 사회가 잘 되기 위해서는 대학 졸업생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 즉 대학은 사회가 요구하는 고급인재를 양성해 사회에 공급해야 한다. 대학이 이룩하는 업적과 발전은 모두 사회로 돌아가고야 만다. 그러므로 사회는 그 중추적 구성원으로 돌아올 인력이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고 유익한 자양소가 될 수 있도록 대학의 육성 지원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국민 세금으로 받은 국가예산에서 사립대에 보조금을 주는 것도 대학의 존재이유에서 볼 때 당연한 일이다. 하물며 사립대학이 배출하는 인력이 국가 사회에 이바지할 역군이지 특정 사학기관에 이바지할 일꾼이 아닐진대 더욱 그러하다. 박근우<동의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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