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간부들과 출입기자의 정례간담회가 열린 13일 오전 경찰청 기자실. 김재희(金載熙)교통지도국장은 『뺑소니 검거율을 높이기 위해 내년부터 사망사고를 신고한 시민에게는 포상금 1백만원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부터 뺑소니수사 전담반을 운영한 뒤 범인검거율이 높아졌으나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자리에 있던 황용하(黃龍河)경찰청장이 『신고자가 적어 어차피 예산이 남을테니 3백만원씩 주라』고 즉석에서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황청장은 이어 『뺑소니 검거율이 낮은 이유는 신고가 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고정신을 발휘한 시민에게 고압적이고 불친절한 자세로 대하기 때문에 신고를 기피하는 현실은 외면하고 시민탓만 한 셈이다.
김국장은 청장의 즉석지시에 『예, 예』라고 대답했지만 당황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미 1백만원으로 결정한 내용을 청장이 뒤집어 버렸기 때문이다.
김국장은 간담회가 끝난 뒤 포상금 액수를 다시 확인하는 기자에게 『재정경제원과 이미 협의가 끝났지만 (청장 말씀을) 부정하기도 어렵다』며 곤란해 하다 『3백만원이 아닌 1백만원으로 써 달라』고 했다.
그러나 14일자 가판(街販)신문이 나온 13일밤 포상금 액수가 신문마다 「1백만원」 「1백만∼3백만원」 「최고 3백만원」으로 제각각이자 김국장의 말은 다시 바뀌었다.
거듭 확인을 요구하는 기자에게 『청장님 말씀대로 3백만원으로 지침을 만들겠다』고 번복했다.
이어 김국장 밑의 한 간부는 전화를 걸어와 『1백만원이 기본이고 3명이상 숨진 대형사고나 사회적 이목을 끈 경우 3백만원까지 지급한다는 논리를 전개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까지 했다.
정부의 시책이 이처럼 즉흥적으로 결정될 일은 아니다.
송상근 <사회1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