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적 인상를 주던 경찰도 이제는 시민들과 상당히 가까워졌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15일 겪었던 한 경찰관과의 삐그덕거리는 스침은 이런 인상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목욕을 마치고 나와서 자동차 문을 여는데 순찰차가 다가오더니 유심히 쳐다보는 게 아닌가. 아니나다를까 차에 앉자마자 경찰관이 바로 다가서면서 대뜸 면허증을 내놓으란다. 인격을 무시하는 듯한 언동에서 불쾌감부터 솟아올랐다. 「잠시 검문하겠다」든지, 「실례하겠다」든지 최소한의 형식은 갖춰야 하는 게 아닌가.
참기 힘들어 『왜 부하에게 명령하듯 하느냐』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아랑곳않고 『내게는 검문할 권한이 있다』는 식의 우격다짐만 돌아올 뿐이었다.
면허증을 내주고 이것저것 조회해보는 동안 나는 할말을 잃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한참 후 면허증을 주더니 끝났다는 말만 내뱉고는 사라져버렸다. 멀쩡한 시민을 범인처럼 대하는 그 경찰관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다시금 불신의 싹이 고개를 들었다.
최순종(대전 동구 홍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