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채널만을 골라 안방에서 「맞춤 방송」을 즐긴다. 똑같은 프로그램을 영어로 보거나 모국어 방송으로 골라 볼 수 있다. V칩이 없어도 청소년에게 해로운 등급의 프로그램이 TV에 나오지 않도록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프로그램 가이드와 수신료 청구서는 TV를 통해 E메일로 전달받으며 TV에서 인터넷 검색도 가능하다…」.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TV시청자는 더이상 피동적인 수신자가 아니다. 홍콩의 스타TV가 「제2의 TV혁명」이라고 부르며 올해부터 야심만만하게 시작한 디지털 DTH(Direct To Home·가정직접수신 위성방송)시스템이 동남아 지역에 몰고온 변화들이다.
스타TV는 지난해 쏘아 올린 아시아샛2호 위성을 이용해 지난 2월부터 인도네시아에서 디지털 DTH 서비스를 시작했다.
디지털 DTH에서는 스타TV소속 채널뿐 아니라 미국 NBC와 경쟁자인 HBO 채널까지 합해 24개 채널이 하나의 패키지로 묶여 제공된다. 스타TV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전송되는 각 채널들의 프로그램을 홍콩 클리어워터만(灣)에 세운 중계센터에서 디지털로 바꾸어 위성을 통해 각 가정에 내보내고 있다.
『최대 96개 채널까지 1개 패키지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조만간 일본에서도 디지털 DTH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스타TV의 전무 게리 데이비는 『지상파TV를 통한 재전송 방송이나 케이블망을 통한 유료TV 단계를 넘어서 앞으로는 디지털 DTH가 위성방송의 주요 방송 유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디지털 DTH 수신에 필요한 기기와 현재 한달에 25달러인 가입비를 보다 값싸게 하면 고선명 화질과 음향, 쌍방향 통신 서비스 등 다양한 부가 기능을 갖춘 디지털 DTH가 미래의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 방송과 통신의 만남 ▼
다양한 TV프로를 취향에 따라 골라서 볼 수 있다는 차원을 넘어서 기존의 아날로그위성방송으로는꿈꿀수없는 전문분야의 세분화된 방송프로까지 즐길 수 있게 된다. 음악방송도 CD 수준의 음향을 보여준다.
TV로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어 세계 각국의 친지와 E메일로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고 최신 정보를 안방에 앉아 찾아볼 수 있는 기능까지 갖춰 말그대로 방송과 통신이 서로 하나로 융합된 미래형 방송통신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호주의 미디어재벌 루퍼트 머독이 경영을 맡고 있는 스타TV는 지금까지 아시아 지역에서 「국경없는 방송」의 선두주자 역할을 해왔다.
현재 스타TV는 아시아 53개 나라에서 방송되고 있고 약 6천1백77만가구 2억6천만명이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스타TV가 방송을 시작한지 불과 6년만에 이처럼 급속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가운데 하나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다.
「채널V」 「스타 무비스」 등 스타TV가 운영하는 15개 채널은 전 세계에서 모두 8개 언어로 방송된다.
BMG EMI 소니뮤직 워너뮤직 등 세계 4개 레코드회사가 주식의 절반을 소유한 「채널V」의 경우 인도 대만 일본 필리핀 등 각국의 VJ 30명이 8개 언어로 하루 모두 96시간 분량의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대만에서 방송되는 「채널V」는 전체 프로그램의 70%가 대만 현지에서 제작한 내용들로 채워지는 등 현지 프로덕션과 손잡고 현지에서 프로그램을 제작 편성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 가운데 하나다.
이같은 전략은 스타TV의 가장 큰 시장인 중국대륙에서도 맞아떨어졌다.
스타TV는 94년 마오쩌둥(毛澤東)을 비판적으로 보도한 BBC월드를 중국정부의 불평으로 중단하는 등 중국과 껄끄러운 관계에 놓였었다. 그러나 지난해 스타TV가 투데이스 아시아, 차이나 와이즈 인터내셔널 등 2개 회사와 합작해 만든 종합채널인 「피닉스 채널」은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 덕택에 초반의 냉담한 반응을 극복하고 지금은 중국 대륙에서 3천6백20만가구가 시청하는 주요 채널로 급부상했다.
▼ 2000년 흑자 전망 ▼
스타TV가 아시아 최대의 위성방송으로 성장했지만 아직까지 경영진을 괴롭히고 있는 것은 매년 1억달러 가량 발생하는 적자이다.
적자의 가장 큰 이유는 연간 4천만달러에 달하는 위성중계기 임대료 때문. 그러나 스타TV는 현재 전체 수입의 80%에 달하는 광고수입과 함께 시청료 수입이 계속 증가할 경우 2000년이면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디지털과 결합한 「국경없는 방송」 스타TV는 이제 방송과 통신을 한손에 움켜쥐고 동남아시아와 극동아시아에서 더욱 새로운 위성방송의 모습으로 변모하며 우리 생활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홍콩〓김희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