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오키나와서 자원봉사 지석연씨

  • 입력 1997년 10월 21일 08시 19분


『제가 「이야샤샤」하면 「하이야」하고 노래불러 주세요』 약간 어눌한 일본말이 떨어지자 1백여명의 노인 청중은 『하이』하고 소리를 모은다. 오키나와의 뱃노래에 아리랑이 이어진다. 청중은 박수 치고 발을 구르며 노래를 따라 부른다. 일본땅 오키나와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한국 여학생 지석연씨(24·연세대 대학원 휴학중)는 이곳에 온 지 불과 반년만에 노인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일급스타」가 됐다. 노인들 행사에는 언제나 초청 받는다. 오키나와 현청소재지 나하의 양로시설에서 지난 11일 열린 한일노인게이트볼대회 환영연에서 지씨는 그곳 젊은이들과 함께 오키나와 전통의상 차림으로 춤추고 노래불렀다. 훤출한 키에 시원스러운 생김새와 목소리가 돋보이는 그는 일본전통악기인 샤미센을 켜고 북도 두들겼다. 『아리랑을 퍽 좋아하세요. 손녀보다 제가 좋다며 당신 옆에만 있어 달라고 조르지요』 일본에 강점되기 전 오키나와의 옛 류큐왕국이 조선과 친하게 지낸 것을 이곳 사람들은 대개 안다. 노인들은 전쟁 때 군위안부와 징용으로 고초를 겪던 한국인들이 한을 담아 부르던 아리랑을 너무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이 한국에 호의적인 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아시아 자원봉사자 교류를 위한 일본청년봉사회 「볼런티어 365」프로그램의 요청에 의해 유네스코 한국청년단의 추천을 받아 1년 체류예정으로 이곳에 왔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싶어 그때부터 잠을 줄여가며 일본말과 함께 이곳의 민속악기와 노래, 춤을 익혀오고 있다. 대학시절부터 자원봉사를 해온 지씨는 자신의 힘이 필요한 곳이라는 생각과 함께 일본의 자원봉사 지원 시스템을 연구해보고 싶은 욕심에 오지라 할 수 있는 이곳을 선뜻 지원했다. 『훌륭한 양로시설과 젊은 남성들이 이런 시설의 자원봉사자로 많이 참여하는 것이 부럽다』는 지씨는 내년 3월 귀국한다. 〈오키나와〓강상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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