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인으로는 최초의 회장이라는 자부심과 의지로 위로는 선배를 아래로는 후배를 보살펴… 그간의 성의와 노고에 대한 경의와 사의의 표시를 이 패에 담아 드립니다」 ―이성구 신재숙 김정신 윤항섭 변승목 드림.
이는 최근 농구원로들이 김상하 전농구협회장에게 증정한 송적패(頌績牌)의 내용이다.
흔히 쓰는 감사패나 공로패대신 「송적패」라는 옛말을 쓴 점도 그렇고 문구내용 또한 화려함이나 맛깔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이 패를 받은 김전회장은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85년부터 올 1월까지 12년 가까이 한국농구를 이끌었던 그의 좌우명은 「인화」. 농구인들의 공통분모를 찾기 위해 다른 경기단체같으면 길어야 2,3시간이면 끝날 이사회를 10시간 넘도록 계속하곤 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는 또 재임기간에 40억원에 가까운 기금을 적립해 농구협회의 자립 기반을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김전회장은 쓰라린 마음으로 농구를 떠났다. 재임 말기에 프로농구 출범과 관련해 갑자기 등돌렸던 일부 인사들, 면전에서 「막말」을 서슴지 않았던 농구인….
농구선수 출신이기도 한 그는 회장직을 떠난 뒤 9개월이 넘도록 한번도 농구얘기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섭섭했다는 뜻이리라.
원로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인 눈물. 그 눈물로 그는 가슴깊이 자리한 섭섭함의 일부나마 씻어냈는지도 모른다.
〈최화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