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 비자금의혹사건 수사를 오는 12월의 대통령선거 이후로 미루겠다고 발표한 것은 고뇌 끝에 내린 현명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검찰이 민감하기 짝이 없는 야당총재의 과거 정치자금문제에 대해 형평성과 공정성을 감안해 수사를 유보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이 결정은 앞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이번 사건에 대해 여론의 반응을 의식하며 제시한 수사유보 이유는 설득력이 있다. 정치권 대부분이 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에서 검찰이 여당의 고발에 따라 야당 대통령후보 비자금의혹을 수사하는 것은 결국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가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었다. 따라서 검찰이 지금 시점에서 「비겁하지 않고 국민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기준」에서 수사를 유보하기로 한 결정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고 본다.
만약 검찰이 이번 사건을 이른바 「비리척결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경제파탄 등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나라 사정을 더욱 어려운 지경으로 내몰고 검찰이 대통령선거를 좌지우지하는 국면으로 접어들어 본의 아니게 정략적으로 이용당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검찰이 정치권의 진흙탕싸움에 말려들어 부채질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검찰의 이번 결정은 최소한의 자기보호를 위한 행위였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로써 지난 2주일 동안 정치권을 뒤덮었던 난기류는 일단 걷힐 것 같다. 이제 정치권은 정치 본연의 자세로 되돌아가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며 진지한 자세로 국민에게 깨끗한 한표를 호소하는 페어 플레이를 유감없이 보여주기 바란다. 혹 검찰의 결정을 놓고 또다시 소모적인 정쟁을 벌인다면 어느 쪽에도 득될 것이 없다. 최후의 판단은 2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국민이 내린다는 사실을 정치권은 잊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