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사는 일본인 처 15명이 오는 8일 일본을 방문한다. 40년만의 첫 귀향이다. 그들은 대부분 사랑하는 남편을 따라 북송선을 타기로 선택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자유없는 이국땅에서 반세기 가까운 세월을 「갇혀」 살아온 끝의 고향 찾기다. 한마디로 눈물겨운 일본판 이산가족 재회인 것이다.
북한은 「공화국 공민으로서 그간 온갖 정치적 권리와 물질적 혜택을 누리고 있는 이들의 마지막 소원을 실현하기 위해」 일본방문을 주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기는 이번 방문이 40여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어서 일단 긍정적인 평가도 가능하다. 그러나 북한의 그같은 인도주의 주장을 액면그대로 믿을 사람은 없다. 인도적인 배려라면 북한체제에 동조적인 사람들만 제한적으로 선발할 것이 아니라 북한에 사는 모든 일본인의 자유로운 고국왕래를 허용해야 한다. 당면한 경제난해소와 대일(對日)관계 개선을 위한 접근책의 하나로 이들의 귀향을 이용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산가족문제는 정치적으로 흥정할 사안이 아니다. 순수한 인도적 문제이기 때문에 이념이나 체제를 초월한다. 북한은 일본인 이산가족뿐만 아니라 당장 우리의 1천만 이산가족과 실향민들의 아픔을 공유하면서 그 해결책을 논의하자고 나와야 한다. 그것이 고립을 피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 받는 첫 걸음이다.
정원식(鄭元植)대한적십자사 총재는 최근 판문점이나 남북한이 합의하는 한반도내 어느 장소에든 이산가족 면회소를 설치하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북한측은 아직 아무런 반응이 없다. 분단 반세기가 지나면서 우리의 이산 1세대는 대부분 인생의 황혼을 맞고 있다. 이번 귀향하는 일본인들에게 쏠리는 그들의 애틋한 심정을 북한당국은 헤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