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43)

  • 입력 1997년 11월 1일 20시 30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11〉 알몸이 된 짐꾼은 여자들이 그렇게 했던 것처럼 물 속으로 들어가 한차례 수영을 했다. 그리고는 몸을 씻기 시작했다. 겨드랑 밑이며, 가슴이며, 배며, 털북숭이의 사타구니 사이를 물로 씻었다. 물에서 나온 뒤에는 첫번째 여자의 무릎을 베고, 손은 두번째 여자의 무릎에 올리고, 다리는 세번째 여자의 가랑이 사이로 가도록 한 채 벌렁 드러누웠다. 그런 자세로 그는 자신의 상징을 가리키며 물었다. 『여러분, 이것이 무엇인지 아세요?』 그러자 세 여자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정신없이 웃던 중 한 여자가 말했다. 『방망이』 그러자 사내는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틀렸어!』 이렇게 말하고 난 그는 지금까지 여자들에게 당한 것을 복수하기라도 하듯 세 여자를 차례로 깨물어주었다. 그때 다른 여자가 말했다. 『고슴도치!』 『틀렸어!』 사내는 이렇게 소리치고 이번에는 세 여자를 차례로 껴안아 주었다. 그러자 여자들은 「남근」, 「음경」, 「말뚝」하고 생각나는 대로 이름을 주워섬겼고, 그때마다 사내는 『아니야!』하고 소리치며 여자들에게 달려들어 입맞춘다, 깨문다, 자빠뜨려놓고 간지럼을 태운다 하며 온갖 희롱을 계속했다. 그러는 동안 세 여자들은 배를 움켜쥔 채 떼굴떼굴 뒹굴면서 웃어젖혔고, 사내는 그런 여자들의 엉덩이를 찰싹찰싹 갈겨댔다. 세 여자들은 너무나 웃어서 배가 아픈 데다가 기진맥진해져서 저마다 바닥에 발랑 나자빠진 채 일어나지를 못했다. 사내는 그러한 여자들의 코를 잡아당긴다, 손가락으로 귀를 튀긴다, 그녀들을 키스해준다 하였다. 그때서야 한 여자가 물었다. 『그렇다면, 오빠, 오빠의 그것은 뭐라고 하죠?』 여자가 이렇게 말하자 사내는 한껏 뻐기는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말야, 이건 노새라고 하는 거야. 교량에 난 바질의 야들야들한 새 순을 먹고, 깍지 붙은 깨알을 씹고, 그리고 나그네의 주막에서 밤을 새우지』 사내가 이렇게 말하자 세 여자는 저마다 배를 움켜쥔 채 다시 떼굴떼굴 뒹굴며 웃기 시작했다. 사내는 마음 속으로 이제 이 여자들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한 여자가 발딱 일어나더니 말했다. 『어머! 벌써 날이 저물었어』 그러고 보니 어느새 날은 저물어 그들이 뒹굴고 있는 홀 안은 어둠에 묻혀 있었다. 그걸 보자 가장 나이가 위인 세번째 여자가 말했다. 『여보세요, 남자분, 이제 당신은 그 초라한 낡은 신을 신고, 얼굴을 돌려 우리에게 당신의 등을 보여주어야 할 것 같네요』 이 말을 들은 짐꾼은, 그 사랑스러운 여자들과 헤어지는 것이 견딜 수 없이 슬퍼 땅바닥이 꺼지는 것만 같았다. 웃고 떠들며 노는 사이에 그는 그녀들에게 깊은 정이 들어버린 것 같았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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