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타임스 ▼
미국이 범법국가에 대한 경제제재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그 대답을 얻을 수 있다. 그곳에 철철 넘치는 미제 물건을 보고 있으면 이 나라가 과연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미국산 컴퓨터가 산더미처럼 쌓인채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고 트럭에서부터 탱크에 이르기까지 온갖 미제 물건이 자유롭게 거래된다. 상인들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외국기업들이 이란에서 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애쓰고 있는 미국정부의 노력은 이곳에서는 조롱거리에 불과하다.
미제 제너럴 일렉트릭의 세탁기 수천대가 두바이로 수출된 후 캐나다은행의 도움으로 이란에 건네졌지만 미국세관에서는 기껏 두바이로 수출된 것까지만 챙길 수 있을 뿐이다. 일부 미국사업가들은 자신들의 제품이 두바이를 경유해서 이란으로 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굳이 들춰내지 않고 있다. 싱가포르나 독일 말레이시아 오스트레일리아 터키 등도 이란이 중간거점으로 자주 활용하는 나라들이다.
결국 제재조치는 클린턴대통령과 의회지도자들의 마음속에만 존재할 뿐이다. 제재조치로 이란이 겪는 불편은 기껏 가격이 다소 비싸졌다는 것일뿐 이란인들은 필요한 물건을 구하는데 전혀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이제 제재조치는 성공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처럼 여겨진다. 만일 워싱턴당국이 아직도 제재에 미련을 갖고 있다면 미국내 기업들부터 단속해야 한다.
〈정리·뉴욕〓이규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