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을 걷다 보면 심심치 않게 마주치는 것이 대형 건물 앞에 놓인 조각작품이다. 그 주변에는 작은 규모로 휴식공간을 설치한 곳도 있어 바쁜 도시생활 속에 여유를 갖게 한다. 이 조각들은 문예진흥법에 따라 건축주들이 의무적으로 설치한 이른바 「환경미술품」이다. 건축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미술품 설치에 사용하도록 해 도시미관도 높이고 미술가들의 창작의욕을 높여주려는 취지에서 생겨난 제도다
▼이 환경조각을 둘러싸고 건축주와 작가 사이에 비리가 끼여들고 있음이 최근 부산에서 확인됐다. 건축주와 작가가 서로 짜고 작품 가격의 20∼60%만 작가에게 준 뒤 나머지를 건축주가 챙겼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술계에서 공공연히 나돌던 얘기가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관련 작가의 상당수가 환경조각 심의권한을 갖고 있는 부산시 미술심의위원이거나 전직 심의위원인 것으로 밝혀진 것도 충격이다
▼이러다 보니 실제 건물앞에 세워지는 조각품들은 작품성이나 주변환경과의 조화 측면에서 오히려 도시미관을 해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로비능력이 있는 조각가들이 주문을 많이 따내기 때문에 한 작가의 엇비슷한 작품이 같은 도시내 수십 군데에 설치되는 꼴불견도 생겼다. 건축주들이 조각품의 사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일부 파손되거나 더러워진 작품이 장기간 방치되기도 한다
▼아직도 가난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순수예술가들에게 조금이라도 경제적 도움을 주고 도시를 아름답게 가꾸자는 제도 자체는 결코 나무랄 수 없다. 좋은 뜻을 안고 출발한 제도에 비리와 부정이 끼여드는 세태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말썽을 기화로 이 제도를 없애자는 논의가 일까 두렵다. 심의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작품비 지급업무를 지방자치단체가 맡는 보완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