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무력응징 분위기가 고조하면서 걸프해역 일대에 또다시 전운(戰雲)이 짙다. 윌리엄 코언 미 국방장관이 14일 대(對)이라크 공습을 강력히 시사하는가 하면 항공모함 니미츠호에 이어 조지 워싱턴호도 추가로 걸프해에 파견됐다. 이라크측은 미국과의 전제조건 없는 대화 의사를 표명했지만 사태의 외교적 해결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두말할 것 없이 모든 국제분쟁은 군사적 충돌을 피하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이번 걸프지역의 분쟁도 마찬가지다. 자칫 군사충돌은 당사국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많은 나라에 엄청난 피해를 줄 것이 분명하다. 냉전종식 후 전반적으로 안정을 찾아가는 국제질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서로 가능한 한 평화적 수단을 찾아 문제를 해결토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경우 우선 이라크의 책임과 잘못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담 후세인 정권은 유엔안보리의 결의와 의장성명 그리고 각국의 충고를 무시하고 유엔 사찰단의 일원으로 활동하던 미국인들을 추방해 결국 유엔 사찰단 모두를 철수하게 만들었다. 이라크는 지금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엄청나게 제조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당연히 유엔의 사찰을 받아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오히려 국제사회에 도전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셈이다. 자국에 대한 유엔의 경제 제재조치를 풀기 위해 그같은 불장난을 한다면 판단 착오다. 이제는 제재조치 해제가 더욱 어렵게 됐다.
걸프지역에서의 군사적 충돌은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피해를 준다. 미국의 대 이라크 공격이 개시되면 당장 원유 수급에 차질이 올 것이다. 만반의 대비책을 마련해 놓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