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짜돈 찍기 너무 쉽다

  • 입력 1997년 11월 16일 20시 27분


1만원권 위조지폐가 시도 때도 없이 전국 도처에서 발견되고 있다. 컬러 복사기와 컴퓨터 스캐너 및 컬러 프린터의 대중화로 지폐와 수표의 위조가 어렵지 않은 기술이 돼 버려 통화 위조사건이 급증하는 추세다. 이것은 국가 경제의 신용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중대한 사태다. 첨단 기술을 이용한 통화위조 범죄와 맞서기 위해 비상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다행스럽게 최근의 1만원권 위폐범 한명은 검거됐으나 다시 한중(韓中)여객선에서 1백만원권 위조수표 10장이 발견됐다. 중국에서 컬러 복사된 한국 돈과 수표가 국내에 유입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물증이다. 귀순자들이 북한에서 가짜 한국돈을 찍는다고 폭로한 적도 있는 만큼 북한과 인접국에서 위조되는 통화에 대해서는 안보 차원에서도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 첨단 컬러 복사기는 2천여대 가량이 경찰에 등록돼 있으나 치밀한 감독과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컴퓨터 스캐너와 컬러 프린터는 정확한 대수조차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량 보급돼 있다. 컴퓨터 복사장비의 관리 감독만으로는 범죄 예방에 한계가 있다. 기존의 복사 장비로는 따라오기 어려운 정교한 위조 방지기능을 화폐나 수표에 내장하는 도리밖에 없다. 발권 당국은 위조방지 인쇄기술과 위폐 감식장비 및 소프트웨어 개발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 신용사회의 기초를 흔드는 지폐위조범에 대한 처벌도 한층 강화해야 한다. 지폐위조범을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현행 법정 형량은 첨단 복사기술과 장비가 대중화하기 이전에 정해진 것이다. 컴퓨터 복사 장비를 이용한 통화위조 범죄가 급증하는 현실에 비추어 법정 형량의 하한선을 크게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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