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日기업의 안전교육]「사고 제로」도전

  • 입력 1997년 11월 26일 08시 17분


교통사고의 최대 피해자는 사고를 당한 당사자이다. 그러나 피해와 고통은 당사자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최대이윤 창출을 지향하는 기업에도 교통사고는 엄청난 손해임이 틀림없다. 당장 업무 차질은 말할 것도 없고 인력 양성에 들인 노력과 비용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 기업들은 사원들에게 매년 정기건강진단을 받게 한다. 통계에 따르면 전체 운전자의 70% 이상이 직장인이다. 회사차원에서 정기건강진단처럼 교통안전교육이 이루어지면 사회적 손실을 상당부분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 자동차보유대수가 한국의 8배가 넘는 일본의 경우 회사차원에서 교통안전교육을 정기적으로 시행, 효과를 보는 예가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일본 도후쿠(東北)전력. 일본 국토의 20%에 전력을 공급하는 민간전력회사인 도후쿠전력은 업무차량이 4천5백대나 된다. 이들 차량의 하루 주행거리는 지구를 두바퀴 도는 것보다 긴 9만㎞. 놀라운 대목은 이 회사 차량들의 연간 교통사고는 겨우 세건에 불과하다는 점. 더구나 연간 무사고를 지난 10년동안 세차례나 달성했다. 우리나라에서 4천5백대의 차량이 일으키는 교통사고는 평균 1백32건. 도후쿠전력에 비하면 무려 44배나 높다. 도후쿠전력의 기적과 같은 성과는 물론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80년대 초만 해도 일본내 다른 기업과 교통사고 발생률이 비슷했다. 이 회사의 교통사고 발생률이 낮아지기 시작한 것은 실습교육중심의 「교통사고 제로운동」을 펼치면서부터였다. 도후쿠전력은 먼저 사원을 채용할 때 자체 운전자 인정위원회에서 개발한 법규 실기 적성시험을 실시한 뒤 합격자를 대상으로 안전지도자가 3개월간 동승, 교육을 시켰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에야 단독으로 업무용차를 운전하게 했다. 또 운전자들을 매년 혼다자동차가 개설한 운전 실습장에 위탁, 코너링 급제동 등 실제 운전에 필요한 교육을 3일이상 의무적으로 받도록 했다. 이런 안전교육 덕택으로 도후쿠전력은 85년 이후 연간 사고건수를 한자릿수로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일본의 유명 물류택배회사인 사가와규빈(佐川急便)사도 철저한 안전교육으로 사고를 줄여온 것으로 유명하다. 사가와규빈의 업무차량은 1만4천대. 신속이 생명인 물류회사 특성상 야간운전이 많고 평균주행거리도 길다. 그러나 사가와규빈은 매년 안전운행 모범사를 선발하는 일본전국드라이버콘테스트에서 5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자동차 제조회사 시험주행장에 맞먹는 1만평의 자체 운전연습장을 갖추는 등 사원들을 대상으로 실습위주의 안전교육을 실시해온 결과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에서 운전직 사원을 채용할 때 대부분 운전경력 몇년 이상이라는 자격제한이 고작일 뿐이다. 면허를 취득한 뒤 실습교육을 받은 운전사는 찾기 어려울 정도다. 경력 위주의 채용 때문에 운전을 얼마 하지 않았어도 세월만 지나면 경력을 높게 인정받기도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도쿄〓전 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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