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속담에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도 작년에 막을 연 동아국제음악콩쿠르는 첫술에 배가 부를만큼 출발이 좋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라 오랫동안 축적되어온 역량의 개가였을 것이다. 비록 처음 치르는 국제행사였지만 국내에서 가장 유서깊은 동아음악콩쿠르를 그 모태로 하여 싹튼 것이었기 때문이다.
동아음악콩쿠르의 주최측과 자문위원들 사이에 국제콩쿠르로 발전시켜야 할 필요성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그러다가 마침내 그 결실을 보게돼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작년에 그 첫대회, 그리고 올해 두번째 대회를 갖게 된 것은 모두에게 참으로 기쁜 일이다.
서양음악의 수용은 늦었으나 한국 음악인들의 위상은 국제무대에서 날로 높아져 왔다. 해외에서는 한국음악인들의 활동상이 우리의 경제성장보다도 더 큰 관심사가 돼왔다. 어느덧 수혜자의 처지에서 시혜자의 처지로, 수동적인 자세에서 능동적인 자세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갈림길에 이른 것이다. 바로 그 전환기에서 동아국제음악콩쿠르는 새길의 횃불을 높인 선두주자로 등장했다.
그 첫행사가 어떻게 치러질 것인가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경연자의 기량, 심사의 공정성, 주최측의 빈틈없는 대회운영, 경연의 열기 등 국제수준에 손색이 없었다는 것은 경하할 일이었다.
제2회 대회(바이올린 부문)는 여러 면에서 첫대회(피아노 부문)보다 기대되는 바가 크다. 우선 첫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경험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면서 대회의 운영이 더욱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이번 대회가 바이올린 부문이라는 점이다.
「현악기의 연어가 태어나는 최적의 고장이 바로 한국」이라는 말은 이제 전세계의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말인데, 이국의 연어들도 그들이 닦아온 「기량의 알」을 낳기 위해 한국으로 몰려올 것이다. 그것은 곧 전세계가 한국을 주목하게 된다는 뜻도 된다.
그러므로 동아국제음악콩쿠르는 주최측과 후원사, 심사위원과 경연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온 국민의 관심사로 부각됐고, 그런뜻에서 몇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우선 전세계의 수없이 많은 콩쿠르에 그 수를 하나 더 늘리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개성이 가장 두드러진 콩쿠르로 성장해주었으면 한다. 국제콩쿠르의 경우 심사위원이 경연자의 연주기량을 평가하고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게 아니다. 콩쿠르 주최국의 문화와 그나라의 총체적인 이미지가 경연자들에 의해 평가되고 심사받게 되는 행사이기도 하다.
패자에게는 가혹하고 승자에게만 잔치가 되는 콩쿠르가 아니라 승패를 떠나 함께 어울리는 프로그램, 특히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며 경연자 모두에게 긴 여운이 남는 콩쿠르로 발전해주기를 바란다.
이순열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