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 4월29일.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 여자단체전 시상식이 거행된 일본 지바시 마쿠하리체육관. 사회자가 『세계 챔피언 코리아』를 드높이 외치자 장내는 함성과 환호, 열광의 물결로 출렁였다. 민단과 조총련 합동응원단이 모두 함께 일어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했다. 남북단일팀 코리아선수단의 단가인 아리랑이 연주되고 흰바탕에 하늘색 한반도가 그려진 단기가 게양되었다. 분단 46년만에 스포츠를 통한 「작은 통일」을 이루어 낸 감격의 순간이었다
▼세계탁구대회에서의 승전보에 이어 축구에서도 남북단일팀이 구성돼 남북화해와 통일의 염원을 뜨겁게 달구었다. 그 해 6월 포르투갈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 남북한은 단일 「코리아팀」으로 출전했다. 남북한 각 9명씩 18명으로 구성된 단일팀은 최약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예선에서 강호 아르헨티나를 1대0으로 꺾고 아일랜드와는 1대1로 비기며 8강에 진출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주앙 아벨란제 국제축구연맹(FIFA)회장이 『2002년 월드컵축구 경기 일부를 북한에서 개최하고 남북한이 단일팀을 구성해 참가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한국과 일본 방문중 거듭 밝혔다. 그는 2002년 월드컵의 북한 분산개최는 국제축구사에도 큰 획을 긋는 역사적인 사실이 될 것이라며 『남북한 축구협회가 정치적 차원을 떠나 합의만 한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아벨란제회장의 조언이 아니더라도 월드컵의 북한 분산개최와 남북 단일팀 구성은 적극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월드컵 유치당시 우리 국민 79%가 북한과의 공동개최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고 북한측도 분산개최를 수용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었다. 한국의 월드컵 유치명분이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세계평화에의 기여」였음도 새삼스레 상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