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업공포

  • 입력 1997년 11월 26일 19시 53분


대량실업의 한파(寒波)가 몰려온다. 대기업그룹 한라중공업이 임직원의 절반인 3천명을 감원하기로 했다는 발표와 더불어 실업공포가 급속 확산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으로 구조조정을 위한 긴축 감량경영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실업자가 1백만명, 실업률이 4%로 높아지리라는 두려운 예측이 눈앞의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실직자의 생계안정과 고용유지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기업의 고통분담 노력이 절실하다. 기업들은 지금의 경제위기를 초래한 책임이 정부와 정책당국 다음으로 기업에 있다는 자성(自省) 위에 우선 근로자를 가능한 한 껴안는 고용유지노력을 다해야 한다. 감원은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그러나 그동안 기업과 운명을 같이해온 근로자를 벌판으로 내모는 결정엔 눈물이 필요하다. 이미 노동법상의 정리해고나 명예퇴직제 등이 유명무실해진 상황이지만 대량감원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근로자 역시 동료 근로자가 하나라도 더 남을 수 있게 근로시간단축 임금삭감 등에 협력해야 한다. 정부가 근로시간조정이나 일시휴업 등으로 감원을 늦추는 기업에 지원하기로 한 임금보조금은 빠를수록 좋다. IMF구제금융으로 산업구조 조정이 앞당겨지지만 거기에는 적어도 몇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고실업 장기화에 대비해 실업자의 생계지원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보험기금에 한계가 있겠지만 한시적으로 실업급여 지급대상 확대나 지급기간의 연장 등 응급대처가 불가피하다. 정부예산으로라도 고용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영세사업장 실직자의 생계지원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취업정보망의 확충, 근로자 재훈련 등 재취업 대책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고용문제는 결국 투자의 문제다. 자본의 국내유치를 위해 정부정책의 신뢰회복이 우선 급하다. 위기상황 속에서도 우리 경제의 장래를 믿고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외국투자가가 있다지 않는가. 이 위기를 짧게 그리고 현명하게 넘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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