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업과 경제구조는 구멍투성이이다. 자기 자본 한푼 없는 빈털터리 사기꾼이 30대 재벌기업들을 농락하고 증권시장에서 치고 빠지는 작전으로 거액을 챙겼다. 교역규모 11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에서 반도체 쓰레기가 버젓이 컴퓨터 부품으로 수출됐다가 다시 역수입되는 일이 벌어진 것은 작금의 외환위기 못지않게 부끄러운 일이다.
사기단은 기업과 증시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이들의 범죄행각을 역으로 추적해보면 우리 경제구조의 어디에 구멍이 뚫려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수출 실적을 늘리고 몇푼의 대행수수료를 챙기려는 욕심에서 사기극에 말려든 종합상사들은 피해자라기보다 공범에 가깝다는 비난을 들어도 싸다. 한국 수출고에는 이런 실적 불리기의 허수가 많다는 것이 여실히 입증된 셈이다.
이들은 또 루머에 약한 증시에서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수십억원의 매매 차익을 손쉽게 챙겼다. 이러한 「작전」의 피해자들은 모두 중산층 개미군단이다. 은행 증권사 직원들이 중산층의 주머니를 터는 사기작전에 동원되는 것은 증시의 해묵은 고질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대기업이 신원이 불확실한 이들에게 어음 할인을 부탁해 자금을 융통하려다 사기를 당할 정도이니 한국 경제가 이만저만한 중병에 걸린 것이 아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총력을 쏟아야 할 시점에서 검찰이 이번 사건과 같은 경제활동 저해사범 단속에 주력하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한 검찰권 행사라고 본다. 기업 신용을 훼손하는 악성루머 유포, 주가조작, 외화밀반출, 부동산 투기, 기업주에 대한 공갈협박, 딱지어음 고의 부도사범 등 불황과 구조조정기에 날뛸 수 있는 경제 범죄를 엄중하게 다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