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생각하며］이기흥／쏟아지는 정치광고

가속화되는 뉴미디어의 개발과 발달로 인해 수많은 생활정보가 안방까지 침투하고 있으며 정보의 내용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가장 큰 행사인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의 대통령 후보와 정당에 관계되는 이른바 정치광고가 대중매체, 특히 신문과 TV를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공포된 개정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 의하면 대통령선거운동기간 중 신문을 통한 정치광고는 70회 이내로 제한되어 있으며(제69조), 방송광고는 TV 및 라디오방송 별로 1회 1분 이내의 광고를 30회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제70조). 이제 역대 대통령선거운동기간 중 가장 많은 물량의 정치광고를 합법적으로 집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역대 대선 가장많은 물량 ▼ 따라서 유권자 입장에서는 각 정당의 대통령 후보와 정당에 관한 정치광고를 안방에 앉아서 접할 수 있으므로 과거처럼 선거유세장에 나가지 않더라도 후보자들의 정견과 인품을 쉽게 판별할 수 있음은 물론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를 가족끼리 모여 앉아 결정할 수 있는 선거풍토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텔레비전을 통한 후보자들의 토론과 30초짜리 TV 스폿 정치광고가 유권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가공(可恐)할 만한 것이어서 각 정당과 후보자들은 상업적 목적으로 부단히 개발되는 고도의 광고기법을 도입,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풍토에서는 대중매체를 통한 정치광고가 과연 얼마나 공정하고 정직하며 합리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까 싶다. 특히 후보자간의 합리적이며 공정한 방송토론은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가. 영국의 경우 보수당과 노동당은 선거기간 중 선거방송특별위원회의 주관 아래 TV에 1회 10분씩 5회를, 라디오에 7회씩 당과 총리 후보의 정강정책을 발표하고 군소정당은 50명 이상의 의원 후보를 출마시킬 경우 비율에 따라서 시간을 배정받는다. ▼ 부동층많아 중요성 부각 ▼ 우리의 현행 선거법(제71조9항)에서는 모든 후보에게 공평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합리적인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편 영국에서는 집권당 정부의 시책을 TV를 통해 직접 국민에게 알릴 경우에는 반드시 그 다음날 제1야당에도 똑같은 양의 방송시간을 제공함으로써 양당의 정책을 국민이 공평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도 본받을 만한 제도가 아닌가 싶다. 신문을 통한 정치광고는 제13대, 14대 대통령선거운동을 거치면서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다가오는 제15대 대통령선거에서도 성공적인 정치광고의 수행 여부는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지지정당이나 후보자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가 늘고 있는 현실에서는 정치광고의 중요성이 더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유권자 입장에서는 대통령 후보의 정견이나 정강정책을 발표하는 정치광고의 내용이 얼마나 진실하고 정직하며 실현가능한 내용인지를 확인함은 물론 공약(公約)이 과대포장된 공약(空約)이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안식(眼識)을 갖추어야 한다. 왜냐하면 부정한 정치광고는 부정한 정치행위보다 더 많은 역기능을 초래하게 되며 광고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미치기 때문이다. 이기흥<㈜선연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