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구두쇠」 「자린고비」 「짠돌이」…. 현대중공업이 선정한 「자린고비 베스트 10」에 뽑힌 해양기술자료실장 이동주(李東柱·46)씨가 보유한 별명이다. 그는 아내가 운영하는 식당 수입까지 합해 한달 평균 3백80만원 정도를 번다. 작년에는 보험 25개와 장단기저축 27개 등 모두 52개의 통장에 3천30만원을 저축했다. 한달 용돈은 평균 1만원. 이것도 쓰고 남아 다음 달로 이월할 때가 많다.
▼집에서는 16년된 중고 텔레비전을 보고 10년 지난 구형 엑셀 승용차는 시골 주말농장에 갈 때만 운행한다. 술 담배는 전혀 입에 대지 않는다. 『회사 버스로 출퇴근하고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돈 쓸 일이 뭐 있느냐』고 반문한다. 이씨도 실장이 되면서 부하직원들이나 회사 동료들에게 식사를 대접할 일이 가끔 생긴다. 그때마다 사람수에 맞춰 4백원짜리 식권을 챙겨들고 구내식당으로 향한다.
▼이씨는 52년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5학년때 서울에 올라와 신문팔이 등 고학으로 상업고교를 졸업했다. 어린 나이에 눈물 젖은 빵을 많이 먹으며 절대로 돈을 헛되이 쓰지않겠다고 결심했다. 현대중공업에 취직해 울산으로 내려올 때는 단돈 2천원에 모포 한장이 전부였다. 현재 재산은 30평 아파트, 우리사주 3천주, 22년 근속 퇴직금, 금융자산 등을 합해 6억원에 이른다. 퇴직할 때까지 10억원을 채워 양로원을 경영해보고 싶은 것이 꿈이다.
▼60년대 이전의 보릿고개를 산 옛 어른 중에는 이씨같은 사람이 많았다. 중년이 지난 한국인들은 구멍뚫린 양말 속에 전구를 넣어 기우는 어머니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깨진 바가지도 기워서 썼다. 불과 30년전의 궁핍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너도 나도 흥청망청 샴페인을 터뜨린 결과가 오늘의 사태를 부른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