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은사문화」 <동문선 펴냄>
은사(隱士)는 누구인가. 높은 인격을 지키며 숨어 살았던 선비. 산속에 사는 이만이 은사는 아니었다. 장자가 말했던 「몸은 숨기지 않았으나 마음을 숨긴」 선비와 「입을 닫고 말하지 않거나 지식을 감춘」 이들도 은사로 분류되었다.
중국 소장철학자 마화(馬華) 천정흥(陳正宏)이 함께 엮은 「중국 은사문화」(동문선 펴냄)는 중국문헌에 나타난 은사들의 삶을 정리했다. 은사계층의 형성과정과 특징을 각종 일화와 함께 소개한다.
중국역사에서 오랫동안 특수계층으로 자리한 은사는 중앙지배권력에 예속되기를 거부한 자유지식인 집단이라는 것이 저자의 시각. 또한 권력을 놓친 선비들의 압력단체 역할을 겸했다.
이들이 세상을 등지기로 결심하는 과정을 통해 명예와 부, 권력을 놓고 다투는 현실세계의 팽팽한 긴장과 「나아감과 물러섬」의 처세술도 살핀다.
저자는 은사들의 용기와 고결한 삶에 대해 박수를 보내지만 소극적인 자세도 꼬집는다. 저자의 결론은 「은사가 되지 말자, 하지만 은사를 잊지는 말자」는 것이다.
〈이원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