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남현욱/양심앞에 부끄럼없는 한표를

  • 입력 1997년 12월 18일 08시 58분


나라와 조국과 자신과 후손의 앞날을 좌우하는 투표일 아침이 다가왔다. 주권자인 국민 모두는 혼탁에서 빠져나와 경건하고 밝은 마음으로 역사앞에 옷깃을 여미어야 할 시점이다. 모래와 바람과 가난과 절망감으로 차 있던 황량한 덴마크가 「그룬드 벅」이라는 지도자를 만나 세계 최고 수준의 낙농국가로 탈바꿈했듯이 올바른 지도자의 선택은 이 난국과 역경을 돌파하고 선진화한 통일 국민복지국가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늘과 양심과 후손앞에 부끄럼없는 한 표를 행사하자. 극도의 이기심과 노예적 지역감정에 사로잡혀 애초부터 이성적 판단을 포기한 채 한 표를 던진다면 그것은 민족과 역사앞에 죄를 짓는 것이다. 이 난국의 원인을 바로 진단하고 누가 이 난국을 극복하는 게 적정한지를 곰곰이 따져보고 투표장으로 가야 한다. 첫째, 오늘의 경제위기는 국가유기체의 총체적 비리구조에서 연유한 것이다. 이 난국의 근본 원인은 사회 각 분야에 오류와 악이 만연하여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데서 온 것이며 책임이 실종된 지도층과 국민의 병든 의식과 행태를 먹고 자라온 것이다. 따라서 지도층과 국민의 병든 의식과 행태를 교정하고 국가유기체의 총체적 비리구조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통령 자신부터 도덕성 청렴성 투명성이 갖추어져 있어야 하고 이에 대한 투철한 문제의식과 확고한 소신이 있어야 한다. 둘째,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경제의 피폐화를 가져온 구조적 요인들을 직시하고 사심없는 개혁인사들과 전문가들을 충원하여 철저하게 바로잡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막대한 정치자금이 비생산적으로 쓰여지는 정경유착 단절, 고비용 정치구조 및 행정 개혁, 경제의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 철폐 등을 효과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셋째, 지연 혈연 학연 등 과거주의 귀속주의의 노예적 예속상황을 극복하고 국민을 가족처럼 차별없이 사랑하여 사회갈등을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이루어 낼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아울러 모든 국민이 끝까지 치료 받을 수 있는 국민건강의 보장과 사회적 약자들이 밝게 웃고 살 수 있는 정의사회를 이룩하여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향후 1, 2년이 매우 중요한 고비이다. 현실은 혼란과 갈등을 극복할 여력이 매우 축소되어 있다. 만일 이 시기까지 여전히 부패하고 비능률적인 정치 행정구조하에 공산주의 등 온갖 악과 오류가 각 분야에서 여전히 판치게 된다면 우리 조국과 국민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남현욱 (세종대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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