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당선자의 재벌정책은 「당근보다 채찍」으로 요약된다. 김당선자는 20일 임창열(林昌烈) 경제부총리로부터 경제현안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재벌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국제경쟁력을 위해 노력하지 않아 국민에게 부담을 돌리는 기업은 정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재벌정책에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대선승리 후 김당선자가 천명한 재벌정책 방향은 명료하다. 그는 모든 기업을 권력의 사슬과 비호로부터 해방시켜 경쟁에서 이기는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철저한 시장경제와자율보장으로공정경쟁을유도해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횡포에 희생되지 않게 하고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육성에 주력하겠다는 다짐이다. 민주주의와 경제를 병행 발전시켜 정경유착, 관치금융, 방만한 기업경영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국제통화기금(IMF)은 강도 높은 재벌구조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구제금융으로 국가부도를 막아야 하는 경제위기의 일차 책임이 재벌의 방만경영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무분별한 차입과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 상호출자 내부거래로 문어발식 기업확장 및 과잉 중복투자를 유발했다. 그 결과 재벌 자체는 물론이고 국가경제를 이 지경으로 몰아왔다. 김당선자와 IMF가 요구하는 재벌개혁 방향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이는 재벌혁신을 위한 두 방향의 압력이자 절호의 기회다.
재벌들은 시대적인 개혁 요구를 능동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대기업이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내세워 개혁에 반발하거나 미온적이어선 안된다. 과거 30여년간 온갖 특혜를 누리며 성장해온 재벌들이 오늘날 국제무대에서 홀로 서지 못하고 허둥대는 이유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빚더미 차입경영 구조를 개선하고 경쟁력이 약한 사업을 정리하는 등 과감한 자기개혁을 서두를 때다.
재벌들의 자성(自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정경유착의 단절이다. 이 과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앞장서 해결해야 한다. 특혜나 불이익을 미끼로 한 정경유착의 부패고리는 상당부분 정부와 정치권이 만들어 왔다. 따라서 차기정부는 재벌에 개혁을 요구하는 동시에 스스로 유착관계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실천적인 행동을 보여주어야 한다. 기업인이 경영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정부와 정치권이 앞장서기 바란다.
과거에도 재벌의 폐해와 횡포를 바로잡기 위한 시도가 여러차례 있었지만 실패한 것은 정부의 의지가 약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제 재벌구조 개혁은 한국경제 생존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 재벌들은 피해의식에 젖어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체질개선에 머뭇거려서는 안된다. 그 개혁의 성패여부는 정부의 강력한 추진력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