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96)

  • 입력 1997년 12월 27일 07시 17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64〉 아름다운 젊은이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하지브 왕의 아들 아지브에 의해 내가 목숨을 잃게 되리라는 점성가들의 예언에 아버지는 몹시 슬퍼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아버지는 설마 그런 일이 있겠는가 하고 생각하며 나를 금이야 옥이야 애지중지하며 열다섯살이 될 때까지 키웠습니다. 훌륭한 교육을 시킨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열흘 전이었습니다. 저 자석산의 놋쇠 기사가 바다에 떨어졌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를 쏘아 떨어뜨린 것이, 예언자들이 말했던 것처럼, 하지브 왕의 아들 아지브라는 소문도 아버지는 전해 들었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크게 당황하여 흡사 마신에게 홀린 사람 같았습니다. 모든 것이 예언자들의 말처럼 이루어졌으니까요. 그렇다면 앞으로 오십 일 뒤에는 내가 아지브의 손에 죽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어찌해야 할바를 몰라 하던 아버지는 마침내 이곳에다 지하실을 파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숨어 지내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게 하고 나를 여기로 데리고 왔던 것입니다. 이미 열흘이 지났으니 앞으로 사십 일만 무사히 넘기면 아버지는 나를 고향집으로 데려갈 것입니다. 이러한 일은 모두 아지브 왕자가 무서워서 한 일입니다. 형제여! 이것이 나의 신세 이야기이며, 내가 이 지하에 혼자 있게 된 내력입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난 나는 너무나 놀라 부들부들 몸을 떨었습니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그건 말도 안돼! 하지브 왕의 아들 아지브는 바로 나다! 열흘 전에 자석산의 놋쇠 기사를 쏘아 바닥에 떨어뜨린 것은 바로 나다. 하지만 알라께서 함께 하시는 한 이 착하고 아름다운 젊은이를 내 손으로 죽일 리야 없지!』 이렇게 중얼거리고난 나는 젊은이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습니다. 『도련님, 그건 당치도 않은 소리입니다. 제가 당신을 지키고 있는 한 그런 화가 당신께 미칠 리 없습니다. 아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당신의 하인으로서 당신을 섬기다가 후일 당신과 작별하겠습니다. 사십 일 동안 당신의 시중을 들며 당신을 지켜드리다가 당신의 고향까지 당신을 동행하겠습니다. 고향에 돌아가시면 당신의 백인 노예 몇 명만 빌려주십시오. 그렇게 되면 저도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전능하신 알라께서 당신께 충분한 보답을 할 것입니다』 내 말을 들은 젊은이는 몹시 기뻐하며 말했습니다. 『형제여! 당신을 내게로 보내주신 알라께 감사드립니다』 젊은이가 쉬고 있는 동안 나는 촛불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램프와 세 개의 등에 심지를 돋우고 불을 켰습니다. 그런 다음 먹을 것, 마실 것, 과자와 과일 따위를 식탁에 차렸습니다. 그 아름다운 젊은이를 위하여 불을 밝히고, 식탁을 준비하는 것이 나에게는 행복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식탁이 준비되자 우리는 함께 먹고 마시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늦도록 도란도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새벽이 가까워질 무렵에서야 우리는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젊은이가 자리에 눕자 나는 이불을 덮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곁에 나도 누웠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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