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한파로 온 나라가 얼어붙고 있다. 너도 나도 미래를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내년에는 이때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혹독한 경제 시련을 경험할 것이라는 경고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실업문제는 심각하다. 국가재정 긴축, 기업의 구조조정 등으로 내년 실업자가 거의 1백4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부처와 새 대통령 당선자는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외국인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주목했다.
현재 합법 불법 체류자를 막론하고 이 땅의 근로현장에 있는 외국인은 약 24만명이다. 이들의 일자리를 한국인에게 돌린다면 실업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에서 외국인근로자를 돌려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산술적 측면에서는 옳은 지적이 될 수 있다. 만일 이들의 일자리를 한국인에게 성공적으로 돌린다면 많은 실업자가 구제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단견이라 할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를 이 땅으로 불러들인 원인은 우리 국민의 근로의욕 상실과 고임금체계 때문이었다. 경제적 여건이 나아지면서 우리 국민은 더는 어렵고 더럽고 위험한(3D) 직종에서 일하기를 원치 않게 되었다. 이 공백을 외국인들이 메운 것이었다. 그들은 3D직종이나 저임금을 마다하지 않았다.
외국인 근로자의 일자리를 한국인에게 돌린다는 발상은 결국 이 일을 한국인이 기꺼이 대신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한 것인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한국인중 누가 과도한 노동시간, 열악한 노동환경, 저임금을 마다하지 않고 그 일을 하고자 하는가.
뿐만 아니라 지난날 이땅에서 근무했던 수많은 외국인들에게 심어주었던 한국인의 인상이 그리 좋지 못한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추방하려 한다면 한국민의 신뢰성, 도덕성에 큰 흠집이 될 수 있다. 시장경제 개방외교를 표방하는 대한민국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취업을 제한하려 든다면 외교적으로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 실업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발전적이지 못하다. 대부분 노동집약형이며 부가가치가 적은 이 일에 한국인 실업자를 투입함으로써 실업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책은 과거지향적인 정책일 뿐이다.
오히려 과감하게 3D직종을 외국인에게 개방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을 육성하여 질 높은 한국인 노동력을 투입하는 정책이 미래지향적이며 참다운 의미의 실업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동환(외국인근로자선교회 대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