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잠이 안오니 작은 곰아?」

  • 입력 1997년 12월 27일 07시 17분


곰 두마리가 살았대…. 큰 곰과 작은 곰은 해가 뜨면 온종일 신나게 나가 놀았어.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오면 사이좋게 곰굴로 돌아왔지. 큰 곰은 작은 곰을 침대에 누이고 다정하게 속삭였어. 『작은 곰, 잘 자』 그런데, 작은 곰은 잠이 오지 않는거야. 난롯불 옆에서 그림책을 보고 있던 큰 곰이 물었어. 『잠이 안 오니?』 큰 곰은 그림책을 내려놓고 느릿느릿 작은 곰에게 다가갔어. 이제 막 그림책이 재미있어지려던 참인데 말이야. 『무서워』 『무섭긴 뭐가?』 『캄캄한게 싫어』 『어디가 캄캄한데?』 『전부 다!』 큰 곰은 벽장에서 조그마한 등잔 하나를 꺼냈지. 등잔에 불을 켜고 작은 곰 곁에 놓아 주었어. 『이제 불빛이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고마워』 작은 곰은 잠을 자려고 했어. 하지만 그래도 잠이 안오는걸 어떡해. 작은 곰이 다시 말했어.『무서워요』 『뭐가?』 『캄캄해서 싫어!』 『어디가?』 『전부 다요』 『내가 등잔불을 켜 줬잖니』 『하지만 아주 조그만 등잔불인걸』 유난히 무섬을 많이 타는 아이들. 주위가 캄캄해지면 더욱 움츠러든다. 무서워, 무서워…. 무섭다고 밤새 뒤척이며 칭얼거리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을 위해 「잠자리 여행」을 동행할 책이 선보였다. 비룡소에서 펴낸 「잠이 안 오니, 작은 곰아?」. 어린이들의 속마음을 집어내는데 마술적인 재능을 갖고 있다는 마틴 워델(영국)의 화제작이다. 출간 당시 스마티즈 북 상,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 어린이도서비평가상 등 내로라하는 큰 상들을 휩쓸었다. 아이들의 무서운 잠자리를 포근히 감싸는 워델의 이야기 속에 바버라 퍼스의 그림이 온기를 더한다. 아이들의 꿈속여행에 함께 빨려가듯, 그림은 잊을 수 없는 영상을 빚어낸다. 가슴을 적셔오는 따뜻한 색상과 애정어린 터치는 자연과 동물, 생명없는 사물 하나하나에 영혼을 불어넣어 올올이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큰 곰은 이번엔 큰 등잔에 불을 켜서 작은 등잔 옆에 놓았지. 『작은 곰아, 이제 잘 자!』 한동안 잠을 자려고 뒤척뒤척거리는 소리. 하지만 그래도 잠이 안오는 거야. 『아직도 잠이 안오니?』 큰 곰은 그 솥뚜껑 같은 손으로 등을 긁으며 투덜거리듯 말했어. 하긴 할만큼 했지. 『무서워요』 『뭐가 또 무서운데?』 『캄캄한게 싫어요』 『어디가 캄캄한데?』 『전부 다요!』 『전부 다? 이제, 큰 등이 있어서 어두운 데라곤 없는데』 『아뇨! 저기 밖이 캄캄하잖아요!』 큰 곰은 고개를 끄덕였어. 세상의 모든 등을 켠대도 캄캄한 밤을 환히 밝힐순 없으니까. 한동안 정말 곰처럼, 곰곰이 생각에 빠지는 큰 곰. 『작은 곰아, 우리 나가자!』 『어디로 가는데?』 『밖으로!』 『이렇게 컴컴한데?』 큰 곰은 작은 곰의 손을 잡고 굴 밖으로 나왔어. 밖은, 정말 컴―컴―했지. 『어휴, 무서워』 작은 곰은 큰 곰의 품에 파고 들었어. 큰 곰은 작은 곰을 따뜻하게 안아주었지. 그리고 말했어. 『어둠 속을 잘 봐!』 큰 곰은 작은 곰을 다독거리며 계속 말했어. 『어때? 어둠 속에서는 빛이 더 잘 보이지. 노랗고 환한 달. 반짝반짝 빛나는 별.우리 한번 헤아려 볼까? 하나, 둘, 셋, 넷, 다섯…』 그런데 작은 곰은 아무 말이 없었어. 새근새근 숨쉬는 소리 말고는. (마틴 워델 지음/비룡소 펴냄) 〈이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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