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레이더]파키스탄 타라르 前대법원 판사

  • 입력 1998년 1월 2일 20시 41분


무하마드 라피크 타라르 전 대법원판사(68)가 1일 파키스탄의 9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집권 파키스탄이슬람교동맹당(PML)의 후보였던 그는 지난달 31일 78%가 넘는 지지율로 6명의 야당 후보를 가볍게 누르고 대통령에 선출됐다. 이번 선거는 처음부터 결과가 예측됐던 나와즈 샤리프총리의 ‘작품’. 지난달 샤리프총리와의 권력다툼 끝에 파루크 레가리대통령이 사임하자 샤리프총리는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타라르를 후임 대통령 후보로 지명한 것. 내각책임제인 파키스탄에서 대통령은 상징적인 존재로 선거인단에 의해 선출된다. 선거인단은 연방 상하의원과 4개 광역지방의회 의원으로 구성된다. 선거인단의 대다수는 샤리프총리가 이끄는 PML 소속 의원들이어서 타라르가 후보로 지명됐을 때부터 대통령직은 예상됐던 일. 야당이 타라르를 ‘샤리프의 꼭두각시’라고 비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석인 대법원장도 총리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토록 돼 있어 샤리프 총리는 입법 사법 행정부 등 3부를 모두 장악하게 됐다. 흰 턱수염을 길게 기르고 전통 파키스탄 의상을 즐겨 입는 타라르대통령은 독실한 이슬람교 신자. 펀자브주 출신으로 51년 변호사로 출발, 라호르고등법원판사, 펀자브주 대법원장, 파키스탄 대법원판사 등을 지낸 엘리트다. 그러나 여성계에서는 그가 법관시절 여성의 이혼청구권과 자녀양육권을 제한하는 판결을 내린데다 차도르 착용을 지지하는 등 여성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며 비판적이다. 타라르는 최초의 법조계 출신 대통령이라는 영광을 안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자칫 대통령직을 박탈당할 수 있는 재판에 계류중이다. 선거를 앞두고 샤리프총리와 갈등을 빚은 사자드 알리 샤 전(前)대법원장을 ‘법조계의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한 것이 화근이 돼 후보자격 부적격자로 고발돼 있기 때문. 12일 열리는 선고공판에서 대통령 후보자격을 박탈당할 경우 파키스탄은 또다시 선거를 치러야 한다. 〈강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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