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위기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지원과 만기연장 등으로 지난 연말 외화부도는 간신히 막았다. 그러나 부도시기를 늦춘 셈일 뿐 위기요인은 잠복해 있다. 이달에 또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외채만 약 1백50억달러라고 한다. 그 빚의 만기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외화보유고가 또 바닥날 가능성이 크다. 만기를 연장해주는 경우도 길어야 한달 정도가 고작이라고 한다. 매달 급전을 얻어 부도를 막는데 급급한 상황이 반복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근본원인은 총외채가 많은데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외채가 총외채의 60%, 9백억달러를 넘는다는 데 있다. 그 만기가 줄지어 돌아오는 한 부도막기에 고달픈 나날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따라서 이 단기채를 장기채로 바꾸는 외채구조개선이 무엇보다 급하다.
시티은행과 JP모건 등 미국계 금융기관들이 3백억달러 이상의 장기융자 알선을 제의해 온 것은 하나의 기회다. 그들의 요구조건은 물론 좋지 않다. 장기융자의 전제조건으로 한국정부나 한국은행의 지급보증을 요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10∼11%의 초고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급한 것은 잠복위기 해소다. 3백억달러 정도라도 한 10년쯤 원금상환압박이 없는 장기채로 바꾼다면 외화운용에 그만큼 여유가 생기고 대외신용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최대한의 협상은 물론 중요하지만 정부는 이번 제의에 긍정적으로 대처하기 바란다.
지금의 대외신용추락과 외화위기를 극복하려면 근본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키워 총외채규모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단시일에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매일 빚에 몰리는 상황에서라도 우선 벗어나야 한다. 비싼 이자가 큰 부담이지만 외채구조개선은 유일한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