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본사특약]한국 기존금융체제 살아남기 힘들것

  • 입력 1998년 1월 4일 20시 30분


▼ 뉴욕 타임스 ▼ 모든 사람의 예상을 뛰어 넘을 정도로 악화되고 있는 한국의 경제위기는 사업가와 정부 관리에서부터 국민에 이르기까지 경제를 꾸려 나가는 방식을 좀 더 투명하고 계획적인 방향으로 바꾸도록 하는 압력이 되고 있다. 이번 위기는 재벌과 정부관리가 결탁해 은행 대출을 경제논리가 아니라 정치적 고려에 의해 집행한데서 비롯됐다. 몇몇 재벌이 무너지면서 바로 이 문제들이 노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주 뉴욕 런던 도쿄(東京)에서는 은행들이 모여 한국의 국가부도를 막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그러나 이같은 구제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재래식 금융시스템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움직임은 한국 경제를 낙관하고 있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소식이 되고 있다. 그들에게는 재벌등 기득권의 약화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출을 받기 위해 뇌물을 주는 관행은 너무나도 폭넓게 퍼져 있다. 놀라운 것은 부정부패의 규모이다. 과거 한국의 금융시스템은 집권자 마음대로 움직였다. 한보사태가 그 대표적 예로 수사결과를 보면 정태수(鄭泰守)총회장의 부채는 60억달러에 달했고 수백만달러를 은행빚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해준 정부 관리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이 격추돼 2백69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 기업의 대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에게 달려가 수백만 달러를 주고 사업을 지키는 것이었다. 김대중(金大中)씨의 대통령당선은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정치가 보다 민주적 방향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을 주고 있다. 그가 재벌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 이제 기존 질서가 흔들리고 있지만 아직 새로운 질서는 태어나지 않고 있다. 〈4일·정리·뉴욕〓이규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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