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신문
지금으로부터 1백년전 인간의 이성을 신뢰한 사람들은 20세기를 낙관했다. 기술은 더욱 진보하고 생활은 향상되며 정치도 좋은 방향으로 나가리라고 희망적으로 생각했다. 두번에 걸친 세계대전이 일어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2000년을 2년 앞둔 지금 시대 분위기는 1백년전과 완전히 다르다.
인구 폭발, 자원과 식량의 고갈, 민족과 종교간 대립의 격화 등으로 진보에 대한 신뢰는 불안으로 대체됐다. 인간이라는 종족 전체가 생존의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
특히 우리들을 불안케하는 것은 급속한 사회변동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이를 제대로 제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변화에 적응조차 못한다는 점이다.
고베(神戶) 초등학생살인사건(지난해 중학생이 초등학생의 목을 잘라 살해한 사건), 물러빠진 행정개혁,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는 짐이 된 금융기관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시장원리 확대에 따른 세계경제의 일체화(一體化)가 변화를 가져오는 주요원인이다. 한 나리의 일이 순식간에 다른 나라에 파급된다.
통신 정보 상업 오락 분야에서 세계의 동질화가 이룩되고 헤지펀드라는 괴물이 한 나라의 시장에 집중되거나 도망치기도 한다.
우리들은 여기서 방관자 또는 단지 소비자일 수밖에 없고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한다.
자본주의 아성인 미국에서도 시장원리에 대한 비판과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으로서는 규제완화나 행정개혁에 의한 경제자유의 확대가 커다란 과제이지만 시장에 맡기면 모든 게 잘 돼갈 것이라는 방임론은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인간이 주역이라는 점을 상기하고 정보나 소비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을 것, 그리고 시민 참여의 길을 모색하고 소비자보다 주권자임을 자각하는 일이 소중하다.
〈도쿄〓윤상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