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한파 속에 실업자들이 갈 곳이 없다.
올 한해 대기업의 구조조정 등으로 정리해고돼 일자리를 잃을 실직자가 크게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연구기관들은 경제성장률이 3%이하로 떨어지면 실업자는 지난해 50만명에서 1백만∼1백4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더구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 실업자가 2백만명이 넘을지도 모른다는 보고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실업자 양산사태 속에 정작 실업자들의 전직을 위한 직업훈련기관은 그렇게 많지 않다.
현재 공공직업훈련기관이라고는 한국산업인력공단 산하 직업훈련원 22곳과 기능대학 19곳,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중인 10여곳의 직업훈련기관이 있을 뿐이다. 이밖에 여성발전센터나 구청단위의 종합사회복지관 등에서 운영하는 직업강좌도 있으나 취미교육 위주로 본격적인 직업훈련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서울시의 경우 시직영 청소년직업전문학교와 민간위탁시설인 △서울종합 △한남여자 △상계 △엘림직업전문학교 등 모두 5곳 뿐이다. 6개월 또는 1년 코스로 훈련인원은 지난해 3천6백여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들 훈련기관은 전자기술 산업설비기술 시각디자인 의상디자인 컴퓨터산업디자인 건축인테리어 정보처리 보일러시공 등이 주요 과목인데다 청소년 등을 위한 초보기술교육 위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올 구조조정과정에서 발생할 실직자에 대해서는 이들 교육기관이 인원이나 내용면에서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돼 있다. 결국 정리해고되거나 파면된 실직자 대부분은 자신의 힘으로 일자리를 찾거나 막노동을 주로 하는 새벽 인력시장에 몰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서울시 이인선(李仁仙)인력지원계장은 “실직자들을 위해 1∼6개월 과정의 야간강좌를 개설해 1천7백명을 추가로 교육하고 창업지원센터를 만드는 등 취업교육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그러나 이 정도의 지원책으로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한국노동연구원 선한승(宣翰承)연구조정실장은 “공공훈련기능이 약한 것도 사실이지만 직업훈련을 창피해 하는 우리의 직업관도 큰 문제”라며 “구조조정과정에서 하향취업 내지는 직업에 대한 거품이 빠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럽의 경우 고용보험이 뿌리내린지 오래되기도 했지만 훈련센터내 직종이 다양하고 전직을 원하는 사람은 그 지역 노동사무소에 신고만 하면 어느 직업이든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돼 있다.
〈윤양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