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양기의 국정혼선은 최소화해야 한다. 국가경제의 사활(死活)이 하루하루에 달린 지금은 더욱 그렇다. 헌정사상 첫 여야간 정권교체를 보는 국민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서도 국정의 순조로운 이양은 불가결하다. 바로 이를 위한 절차가 정권 인수인계 과정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 진행되는 정권인수작업은 적지 않은 난맥을 드러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 경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정부조직개편위원회(개편위) 차기대통령비서실(비서실) 등 정권인수 관련기구들의 업무가 중복되거나 때로 모순되는 사례가 비일비재(非一非再)라고 한다. 이 기구에서 흘러나온 얘기를 저 기구가 부인하는 일도 잇따른다. 같은 기구 안에서도 개인의견이나 설익은 정책이 공식입장인 양 쏟아져 나오고 나중에 이를 진화하느라 진땀을 흘리기도 한다. 중차대한 시기에 이런 양태(樣態)가 되풀이되는 것은 그 무엇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인수위는 현정부의 실정(失政)과 비리를 캐는 것처럼 비쳐져 구여권(舊與圈)과 공무원사회에 위화감을 낳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마치 식민지를 개척하려는 것 같다”거나 “80년대 초반의 국보위를 연상케 한다”는 말도 나온다. 이는 인수위가 많은 실정관계 자료를 정부에 요구하거나 인수위 일부 인사들이 의심받을 만한 언동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인수위가 사정(司正)기관이나 ‘점령군’같이 처신한다면 정권의 원만한 인수인계에 차질을 빚고 차기대통령에게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이런 문제들을 시정하려면 정권인수 관련기관들의 성격부터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인수위와 비대위는 정권인수준비와 경제위기타개에 그칠 것인지, 차기정부의 국정청사진까지 마련할 것인지, 과거비리의 조사와 책임규명을 위한 예비작업도 하는 것인지 선을 그어야 한다. 인수위 비대위 개편위 비서실의 업무도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 혹시라도 이들 기구의 책임자급 인사들 사이에 주도권 경쟁이 있다면 자제해야 마땅하다.
기본적으로는 정권인수 관련인사들의 엄격한 자계(自戒)가 필수적이다. 자신들의 말 한마디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 일거수일투족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집권 이후에 경제청문회를 연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벌써부터 떠들어 무슨 이득이 있는지도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아울러 언론에 대한 공표창구의 정리도 검토해보기 바란다. 처음으로, 또는 몇년만에 집권대열에 섰다는 데서 흥분이나 과욕이 생길지 모르지만 그것은 새 정부의 성공적 출범에 오히려 덫이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