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교통문화에 녹색신호가 켜졌다. 92년 이후 조금씩 줄어들다 95년부터 다시 증가추세로 돌아선 교통사고 사망자가 지난해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경찰청 통계로 볼 때 지난해 10월 말까지 발생한 교통사고는 20만3천6백65건으로 96년에 비해 9.6% 줄었다. 사망자는 9천7백30명.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8.9% 감소한 수치다. 11,12월의 교통사고율을 감안하면 97년 교통사고 사망자는 1만1천6백여명이 될 것이라는 게 경찰의 추정치다.
자동차가 1천만대를 넘어서고 계속 차량이 증가하는 나라에서 교통사고 사망자를 1년에 1천명 가량 줄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선진국에서도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95년에 2.4%, 96년에 22% 이상 늘어난 것과 비교할 때 97년은 큰 성과를 거둔 해다.
이에 따라 교통전문가들은 교통사고율이 급증단계를 벗어나 감소단계로 들어서는 것이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큰 성과를 거뒀다고 하더라도 잠시 방심하면 교통사고는 반드시 늘게 되고 그 대가는 고스란히 정부와 국민의 피해로 돌아온다.
아직까지 교통 사망사고에 대해 방심해선 안될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먼저, 과속 난폭운전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교통사고 통계자료를 보면 과속으로 인한 사고는 전체의 1% 수준이다. 그러나 음주운전 중앙선침범 신호위반 등 치명적인 인명피해를 내는 사고는 대부분 과속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속도위반은 교통사고의 ‘숨은 주범(主犯)’이나 마찬가지다.
둘째, 보행자 사고가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차 대 사람’사고는 계속 줄고 있지만 전체 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 40%로 선진국의 15∼30%보다 훨씬 높다.
셋째, 야간사고의 위험에 둔감하다는 점이다. 96년의 주간과 야간 교통사고 건수는 1.5대 1의 비율로 주간사고가 많았으나 사망자는 야간시간대가 훨씬 많았다.
야간사고 사망비율이 높다는 사실은 야간사고의 인명피해가 주간에 비해 훨씬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장거리 주행을 특히 조심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넷째, 여전한 음주운전의 성행이다.
보행자 사고가 전형적인 후진국형이라면 음주사고는 선진국형 골칫거리에 속한다. 미국의 경우 음주운전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41%나 된다.
경찰에서 50여차례 일제검문을 실시하는 등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 음주운전 사망자 증가율이 한풀꺾였으나 음주운전자는 여전히 급증하는 추세다.
동아일보와 대한손해보험협회가 올해 교통캠페인 주제를 분기별로 △속도를 줄이자 △보행자를 보호하자 △야간운전 조심조심 △음주운전 이제 그만 등 네가지로 정한 것도 바로 이 네가지가 교통문화 선진화의 결정적 요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로부터 자신과 가족 친구 등 주위 사람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비결은 바로 이 네가지 원칙을 지키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송상근기자〉